박진영 “비가 월드스타? 아직은 아니죠”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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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만 '딴따라'도 변한다. 비닐바지, 엉덩이 춤, 엘리베이터 섹시댄스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사건을 터트릴 것만 같던 그는 이제 미국 진출, 신인 가수 육성 등 묵직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1997년 여가수 진주를 시작으로 박지윤, '량현량하', 'god', 별 그리고 지금의 비까지. 음반 제작자로, JYP엔터테인먼트(구 태흥기획) 대표로 10년을 살아온 박진영(35)은 이제 무대 위 '도발'이 아닌 무대 밖 '치밀한 전략'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새싹 같아요"라며 웃는 이 남자. 그러나 여성 아이돌 가수들의 잇따른 데뷔, 미국 진출 성공의 가능성, 그리고 비에 대한 '과대포장론' 등은 연초부터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 "10년 만에 미국 진출… 내가 고꾸라질 거라 생각해요?"

-연초부터 '원더걸스'와 민 등 10대 여성 가수들의 데뷔가 이어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이제 아이돌 스타 육성에 중점을 두는 건가?

"특별한 의도는 없다. 다만 '한국 음악시장은 아이돌 뿐'이라는 비판은 옳지 못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본능적으로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현재 가요계가 그렇다면 대중들 취향이 그렇다는 증거다. 다만 이젠 음악성 운운할 필요 없이 노래든 춤이든 하나만 잘해도 인정받는 세상이다. 다음 달 13일 데뷔하는 여성그룹 '원더걸스'는 중국 진출을 계획 중이고 16세 민(본명 이민영)은 아예 미국에서 데뷔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비를 두 명 합쳐놓은 듯한 중국 출신 쌍둥이 듀오는 10월 국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들 모두 단순히 아기자기한 아이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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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맨하튼에 JYP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를 세우며 올해를 미국 진출의 원년으로 삼았다. 얼마나 성공하리라 예측하나?

"엄격하게 50% 정도? 하지만 실패해도 기쁘다. 무작정 미국에 건너가 음반사 여직원 괴롭혀가며 홍보했는데 1년 만에 윌 스미스 같은 팝스타들이 내게 전화를 걸고 바비큐파티에도 초대하는 등 별 일이 다 일어났다. 사람들은 내가 실패하면 자존심 때문에 고꾸라질 거라는데 그렇지 않다. 난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 계속 도전할 뿐이다."

그는 25일 민을 비롯한 임정희, 지 솔(G.Soul), 미국 출신 흑인가수 드완(deJuan) 등 'JYP 사단' 가수들의 합동 쇼케이스를 열고 프로듀서로서 공식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의 진출에 '청신호'를 켜준 것은 역시 비였다.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의 예술-연예 부문에 비가 뽑혔고 박진영은 그를 키운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미국 공연 관객의 90% 이상이 아시아인이다",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3장이 오리콘 위클리차트 10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등 그의 인기가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월드스타는 언론이 만들어낸 거품"

-불편한 질문 하나. 비의 인기에 대해 '거품'이라는 지적에 제작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참 생각한 뒤) 그는 아직 '아시아스타'다. '월드스타'란 거품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뉴욕 공연이나 지난해 말 라스베가스 공연을 두고 '그가 미국을 정벌했다'는 식의 문구는 비 역시도 믿지 않는다. 다만, 타임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아준 것이나 미국 제작자들로부터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으니 나름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의 행보는?

"물론 미국이다. 비가 아시아에서만 위치를 지키려 한다면 위험하다. 세계 1등을 목표로 싸우면 아시아 1등은 자동이다. 다만 드라마 '풀하우스'가 3월 일본에서 방영되는데 일본 활동을 하고 갈 지는 미지수다."

-제작자 전에 당신도 가수다. 아직 가수의 꿈은 남아있나?

"당연하다. 올해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연말에 곧바로 7집을 낼 거다. 현재 곡이랑 안무를 모두 준비해놨다. 그간 앨범 발표를 안 한 것은 미국 진출이라는 더 높은 목표 때문이었다. 난 아직 젊고 인생 자체가 '딴따라'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점잖아진 것 같다. 가수로 복귀해도 도발적인 '딴따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이도 있고…

"결코 아니다. 난 누구보다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내가 얘기한 것도 '성의 개방'이 아니라 '성의 해방'이었다. 난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엔조이'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 당시 내가 튀는 행동을 했던 것은 유교문화와 권위자에 대한 조롱 때문이었다.

-지금은 문화가 다원화되지 않았나?

"그렇다. 지금은 내가 꿈꾸던 손수제작물(UCC) 세상이다. 과거만 해도 방송사들이 스타를 결정하는 시대였다. 그들의 헤게모니가 싫어서 비닐 바지를 입고 나와 카메라 앞에 엉덩이를 쓸어 올렸던 것이다. 그 '또라이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학벌 때문이었다. '연대 나온 놈'이라며 날 인정해주더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흥미를 잃었다. 미국이란 벽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난 항상 재미있는 일만 하는 사람이니까."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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