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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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김준영 지음/472쪽·1만5000원·학고재

‘쥐뿔도 모른다’는 우리말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인데, 과연 이 말이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사연인즉 이렇다.

옛날, 한 부부는 손발톱을 깎으면 늘 문 밖에 버렸다. 그 집에 사는 쥐가 그걸 오랫동안 주워 먹었다. 사람 몸의 일부를 먹어서인지, 그 쥐는 남편으로 둔갑해 진짜 남편을 쫓아내고 부인과 함께 살았다. 억울하게 쫓겨나 거리를 떠돌아야 했던 진짜 남편의 고생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하여튼, 그 남편은 우여곡절 끝에 신통한 도사의 도움을 받아 가짜 남편을 몰아내고 제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고 나서 남편은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쥐 ○도 모르고 그놈과 관계했느냐”라고. 여기서 ‘쥐 ○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말을 쓰려다 보니 참으로 민망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쥐 ○’을 ‘쥐뿔’로 바꾸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우리말의 의미와 배경 이야기를 쉽게 정리한 책이다. 구비문학 연구에 매진해 온 노학자의 우리말 사랑이 진하게 묻어난다.

저자는 무언가에 빗대어 사용하는 관용어나 속담 등을 ‘익은말’이라고 부른다.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우리말에 녹아들어 우리 몸의 일부처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엔 저자가 20년 가까이 전국을 돌면서 채록한 익은말 350여 개를 수록해 놓았다. 이런 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관련 설화, 역사적 사건 등을 재미있게 소개함으로써 우리말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준다. 가던 날이 장날, 곡하다 웃는다, 윗입보다 아랫입이 크다, 도로아미타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병신이 육갑한다, 피장파장, 눈 빠지게 기다린다, 삼대가 후레자식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던 말의 의미와 탄생 배경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부담 없이 그냥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으면 된다. 그럼 어느새 우리말이 사랑스러워지리라.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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