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9년 美서 안내견전문학교 설립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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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겨울, 우연히 접한 주간지 기사는 모리스 프랭크에게 ‘등불’과 같았다.

미국 테네시 주에 사는 프랭크는 앞을 보지 못했다. 누군가 그에게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싱 아이(The Seeing Eye)’라는 글을 읽어 줬다.

미국 출신으로 스위스에 살면서 경찰견 번식 일을 하는 도로시 유스티스란 부인이 쓴 글로 ‘개가 시각장애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프랭크는 유스티스에게 편지를 썼다. “저를 위해 안내견을 훈련시켜 줄 수 있겠습니까.”

프랭크와 유스티스는 의기투합했다. 함께 팀을 이뤄 개를 훈련시켰고, 미국 최초의 안내견 ‘버디(buddy)’를 세상에 선보였다. 버디는 프랭크의 ‘눈’이자 ‘생명’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사재를 털어 세계 최초의 안내견 전문학교를 미국 뉴저지 주 모리스타운에 세우고 ‘싱 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학교 설립일은 1929년 1월 9일. 이 해에 훈련받은 안내견 덕택에 17명의 시각장애인이 독립할 수 있었다.

“안내견은 여러 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진 시력이나 다름없다.”(세계안내견협회 웹사이트)

안내견의 역사는 전쟁의 참상에서 출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수많은 사람의 눈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1차대전 당시 많은 군인이 시력을 상실하자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재활훈련이 시도됐다. 1916년 독일 몰덴부르크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가 생겼고 1923년엔 포츠담에 독일훈련학교가 들어섰다.

안내견 훈련학교의 기틀이 본격적으로 마련된 것은 ‘싱 아이’부터. 지금도 서구에선 안내견을 ‘가이드 독(guide dog)’ 대신 ‘싱 아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안내견 양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영국의 훈련 시스템도 ‘싱 아이’를 모델로 했다.

영국에서는 1931년 월라시의 클리프 훈련센터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후반부터 안내견 훈련의 부흥기를 맞는다. 안내견 훈련학교 6곳이 생겼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안내견 학교를 건립하게 됐다.

1970년대에는 안내견에 대한 개념이 유럽 외 지역에도 전파돼 일본(1970년) 뉴질랜드(1973년) 등에 안내견 학교가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이삭도우미개학교(1992년)와 삼성안내견학교(1994년)가 안내견을 훈련시켜 보급하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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