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시대 새롭게 주목받는 야담

  • 입력 2006년 12월 25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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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픽션이 결합하는 팩션 시대를 맞아 '야담(野談)'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7세기 이후 등장한 야담은 민간에 전승돼온 사사로운 역사(야사)를 채록한 일화 전설 민담 등을 말한다. 저잣거리에서 떠돌다 양반 사회를 넘나들며 유포된 이야기가 한문으로 기록된 것이다. 일정부분 사실에 기초하지만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다.

이 야담은 1990년대 급변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 묻혀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최근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의 시대가 각광받으면서 '이야기의 보고'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최근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란히 펴낸 '어우야담(於于野談)'과 '한국야담연구'는 이런 야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신익철, 조융희 교수와 이형대 고려대 교수, 노영미 서울대 강사 4명의 학자가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한 '어우야담'은 본격 야담문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을 그 유실된 정본에 가장 가깝게 편집하고 완역했다.

어우야담은 저자인 유몽인이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하는 바람에 초고가 분산 전승돼 30종에 가까운 이본(異本)만 전해졌다. 1964년 후손인 유제한 선생이 취합해 정리한 만종재본이 정본의 역할을 해왔으나 누락된 부분이 많았고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대목도 있었다.

이번 '어우야담'은 만종재본의 약점을 보완해 원본을 새롭게 확립하는 한편 이본과 차이점도 소개했다. 만종재본에 누락된 38화의 글을 새로 찾아내 모두 558화를 수록했다. 재치만점의 이항복, 동방 제일 부자로 불렸던 정사룡, 천문에 능했던 이번신과 남사고 같은 역사적 인물 외에도 역관, 왈짜, 기생, 승려, 종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야담연구'에는 25년간 야담을 파헤쳐온 이강옥 영남대 교수의 25년 연구 성과가 담겼다. 이 교수는 한국소설의 원형으로 신화, 전설, 민담의 설화 3분법을 벗어나 야담에 기록된 일화를 소설 원형의 하나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19세기 야담집에 실린 일화 분석을 통해 '욕망의 성취' '문제의 해결' '이념의 구현'처럼 근대적 인간 욕망의 발현을 읽어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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