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장르로 맞붙는 연말 극장가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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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봉하는 멜로 영화 ‘그해 여름’(왼쪽)과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30일 개봉하는 멜로 영화 ‘그해 여름’(왼쪽)과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12월 7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왼쪽)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12월 7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왼쪽)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16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왼쪽)과 ‘누가 그녀와 잤을까’.
16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왼쪽)과 ‘누가 그녀와 잤을까’.
《# 라운드 1(16일): 코미디-‘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대 ‘누가 그녀와 잤을까’

‘애정결핍…’ 승.

# 라운드 2(30일): 멜로-‘그해 여름’ 대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흥행은 ‘그해 여름’이 나을 거라 보죠. 배우도 더 세고.”

“저쪽은 기존 멜로 영화의 관습을 따라가지만 ‘사랑할 때…’는 다르니까.”

# 라운드 3(12월 7일): 로맨틱 코미디-‘미스터 로빈 꼬시기’ 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싸이보그…’는 마니아 정서라 일반 관객에겐 ‘미스터…’가 먹힐 걸요.”

“인지도, 선호도 조사해 보니 ‘싸이보그…’가 더 높게 나오던데?”

한 주에 한국 영화가 두세 편씩 개봉되는 것은 개봉 편수가 폭주한 올해 들어 생긴 현상. 11월 들어선 위험을 감수하며 같은 장르가 동시에 개봉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뭐랑 붙어야 유리한가’ 하는 치열한 눈치작전에 ‘같이 망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까지. 비수기인 11월을 지나 12월로 가는 영화계 풍경이다. 》

■ 관전 포인트

16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두 편은 모두 고등학생을 타깃으로 삼은 데다 ‘화장실 유머’를 표방하는 것까지 닮았다. ‘애정결핍…’ 이 관객 49만 명으로 ‘누가 그녀…’(40만 명)를 눌렀지만 ‘수능 특수’가 무색할 정도의 결과인 데다 평은 더욱 나빴다.

30일 이병헌 수애 주연의 ‘그해 여름’과 한석규 김지수 주연의 ‘사랑할 때…’는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멜로 영화의 걸작 ‘번지점프를 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 각각 나왔던 이병헌 한석규가 멜로로 복귀했고 20대 멜로 퀸 수애와 30대 멜로 퀸 김지수가 맞선다. 업계 1위를 다투는 쇼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 경쟁에 ‘그해 여름’의 제작사 KM컬쳐는 한석규의 소속사라는 인연까지. 그러나 영화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12월 7일,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와 ‘일종의’ 로맨틱 코미디인 ‘싸이보그…’는 각각 다니엘 헤니와 정지훈(비)의 데뷔작이다.

“7일 ‘싸이보그…’ 14일 ‘미녀는 괴로워’를 놓고 저울질을 했죠. 같이 개봉돼 포스터를 나란히 붙였을 때 예쁜 여배우를 내세운 포스터랑 걸리면 비슷해 보이니까 분위기가 좀 다른 ‘싸이보그…’와 붙는 게 낫잖아요.” ‘미스터…’ 관계자의 말.

이 영화는 남녀가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다니엘 헤니 팬들을 위한 영화라 할 정도로 그는 멋있게 나온다. 로맨틱 코미디 고정 팬을 끌어들일 전망.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름값이 만만치 않은 ‘싸이보그…’는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독특한 정서로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의 젊은 관객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원인은 개봉 편수 증가

비슷한 장르의 화제작을 피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올해는 개봉 영화가 너무 많아 이를 따질 여유가 없다. 올해 투자한 작품만 22편인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11월에 배급한 영화만 다섯 편. 예전엔 한 달에 두 편이 최대였다. 배급량이 너무 많아 세 편은 시네마서비스에 배급 대행을 맡겼다. CJ 엔터 조장래 부장은 “라인업이 꽉 들어차 있는 상황에서 하나가 미뤄지면 그 다음 영화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비슷한 영화가 겹쳐도 개봉을 미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쇼박스 김태성 부장은 “예전에는 한 시즌에 한 장르의 영화가 한 편이 나와 관객을 독점했지만 이제 두세 편씩 나와 안 되는 영화도 늘어났다”며 “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30%였다면 올해는 15%”라고 말했다.

개봉을 하면 그래도 성공. 다 만들고 개봉 못하는 영화도 많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면 아예 개봉을 못할까봐 제작사 측은 “후반작업이 늦어진다”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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