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한글처럼 한울을 깨치기를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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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 다, 라….’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봄부터 학교에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가나다라’를 읊고, 일상에서 쓰는 인사말을 처음 가르치면서, ‘엄마’, ‘맘마’ 등 모국어를 배우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교실 밖 공간인 학교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만나면 우리 한국인과 같은 모습의 그들. ‘니하오(안녕하세요)’ ‘셰셰(감사합니다)’ ‘헌까오싱(아주 기뻐요)’ 밖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저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중국 학생들을 만나면서 저는 일찍이 수운 선생이 “서양 사람은 도성입덕하여 무기로 침공함에 당할 사람이 없다 하니 중국이 소멸하면 어찌 가히 순망의 환이 없겠는가”로 걱정을 피력했고, 해월 선생이 “우리 도는 중국에 가서 포덕(布德·천도교의 전도)할 때가 되어야 포덕천하를 달성하리라”던 중국의 중요성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저녁시간이면 부뚜막에 청수(淸水)를 모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식사시간이면 식고(食告)를 변함없이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제 뇌리에 강하게 배어 있어, 두 분 신앙의 힘이 더욱 강하게 저에게 성령출세(性靈出世)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스승님의 말씀이 제 심장에 울림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저는 중국 학생들이 1년, 때로는 6개월 과정의 한국어 공부를 끝내고 한국 대학에 진학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갔을 때, 제가 그들에게 기억되기 바라는 남다른 꿈이 있습니다. 저의 제자였던 한울님들이 아직 ‘동경대전’은 모르지만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한국어 선생님이 왜 남달리 자신들을 존중하고 인간답게 가르쳤는지 되새기기를 혼자 꿈꾸어 봅니다.

우주적 본체인 한울님을 모신 시천주적(侍天主的) 존재인 그들에게 경전으로든 말로든 각자 한울님임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 또한 시천주적 존재로 거듭나도록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저 나름의 중국 포덕을 향한 짝사랑입니다.

임금복 천도교 ‘신인간’ 편집위원

성신여대 외국어교육원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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