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한영만/영원의 삶 믿을 때 선한 마음 솟아나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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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린 가을비는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려는 듯 아침저녁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이 때문인지 저녁시간 거리는 더욱더 한산해 보였고 그 거리를 바라보는 내 마음 또한 왠지 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우리의 마음은 무엇으로든 채워져 있게 마련이다. 선한 마음이든 악한 마음이든, 자기만을 위한 마음이든, 남을 위한 마음이든….

그런데 그렇게 채워져 있는 마음이 과연 우리 모두의 공공선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답이 정직한 것이 되려면 선한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선한 마음을 더 풍성하고 잘 가꿔 가기 위해 버려야 할 마음은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 “오늘 하늘은 참 맑다”라는 말에는 “아, 그래”라고 누구나 쉽게 화답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선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보편적인 ‘선’이 우리 사이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원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는 탓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영원을 생각하며 우리 마음을 보편적인 선으로 가득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묻게 된다. ‘영원하다’는 것에 대한 생각…. 비록 시간의 제한 때문에 이 세상에서의 생명은 끝나는 듯 보이지만 그 너머로 이 세상과는 또 다른 영원의 세계가 있다는 인식을 키우는 것, 또 다른 세상의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마치 이 세상의 삶이 끝인 것처럼 단절된 생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거나 모든 것을 시간의 제한 속에서 상대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의 제한적이고 상대적인 선을 기준으로 하는 ‘맘대로 하고픈 자신의 맘’을 비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위한 선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영만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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