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풍경 추억이 방울방울… ‘검정고무신…’ 출간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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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타세요, 오라잇!” 문 닫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가득 타면 버스에 매달린 채 “안으로 좀 들어가요”를 외치던 여차장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종로 타세요, 오라잇!” 문 닫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가득 타면 버스에 매달린 채 “안으로 좀 들어가요”를 외치던 여차장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만원 버스 여차장, 고추 달린 금줄, 통행금지 시간, 요강 단지, 슈샤인 보이….

1940∼1960년대 풍속들은 장년층에게는 꽤 익숙하지만, 신세대에게는 낯설다.

한국가정관리학회장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한 한양대 임정빈 명예교수가 펴 낸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216쪽·1만2000원·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부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한국의 풍속과 풍경을 다시 불러내 정리한 생활사다.

저자는 1940∼1960년대 한국사회를 구성했던 세세한 생활사를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연료·기구, 교육, 위생 등 큰 항목으로 묶어 그 아래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을 나열했다. 예를 들어 의생활 부문에는 프라이팬 숯다리미, 종로의 양복점, 전구를 이용해 양말깁기,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등을 정리했다.

타임캡슐에 담을 수 없었던 1940∼1960년대의 일상을 불러내는 책이다. 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이 시절을 모르는 사람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생활사로 읽어 볼 만하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과거와의 급격한 단절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추억할 수도 있고 바로 몇 십 년 전 만해도 이렇게 우리가 가난하게 살았나 하는 자각이 들기도 한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 교수가 직접 체험해 온 삶이 각종 자료와 사진들에 녹아 있어 생생하다.

임 교수는 “지나간 세월은 비록 가난하고 힘에 겨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대를 잘 극복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넉넉하고 여유 있게 남을 배려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고픔을 이기고 이제는 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대로 접어든 지금,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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