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8년 벨기에 만화 ‘스머프’ 첫선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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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10월 23일 벨기에 만화가 피에르 컬리퍼드는 인기 연재만화 ‘요한과 피위’에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파란 난쟁이였다. 애칭인 페요로 더욱 유명한 만화가는 이 난쟁이를 엑스트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난쟁이가 의외로 큰 인기를 모았다. 고무된 페요는 이듬해 파란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내놓았다. ‘슈트롬프’, 나중에 ‘스머프’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는 만화다.

만화는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유럽 각국에서 방영돼 히트했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 ‘비브르 사 비’ 등의 음악을 맡은 미셸 르그랑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지었다. 유명한 노래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를 만든 사람이다. 1981년 미국 NBC TV에서 난쟁이들의 이름을 ‘슈트롬프’에서 ‘스머프’로 바꾼 TV시리즈를 제작했고, 이 애니메이션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30개국으로 수출되면서 스머프는 월드 스타가 되었다.

스머프는 키가 사과 3개를 쌓아 놓은 정도고 버섯 집에서 산다. 파파스머프나 아기스머프같이 연령이 구분되는 스머프들을 빼놓고는 대개 100세, 스머페트와 꼬마 사세트, 유모스머프를 빼놓고는 모두 수컷이다. 대개 하얀 바지를 입고 하얀 모자를 쓰고 있으며(늘 모자를 쓰고 있어서 스머프가 팬들 사이에선 대머리인지 아닌지 논쟁이 일기도 했다),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몸에 걸친 게 조금씩 다르다. 똘똘이 스머프는 안경을 썼고, 화가 스머프는 붓과 팔레트를, 편리 스머프는 연장통을 들고 있는 식이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화한 이 캐릭터들을 팬들은 사랑했다.

스머프에 관한 해석 중에서 유명한 것은 이 만화에 공산주의 사상이 스며 있다는 주장이다. 스머프들이 공동생산 공동분배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모두 똑같은 옷을 입는 데서 사회주의 평등사상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지도자인 파파스머프가 붉은 옷을 입고 있는 데서 붉은색이 상징인 구소련 체제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심지어 ‘smurf(스머프)’라는 단어가 ‘붉은 지도자 아래 사회주의자들(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의 줄임말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스머프의 원래 이름을 간과한 발상이다. 페요는 친구와 식사 중에 ‘소금 좀 줘’라고 하려던 것을, ‘소금(salt)’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얼결에 ‘슈트롬프 좀 줘’라고 했는데, 이 희한한 조어가 난쟁이들의 이름이 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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