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배가 아파야 아기가 나온다던데…”

  • 입력 2006년 10월 21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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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엄마 이주영 씨와 딸 조윤현 양
왕초보 엄마 이주영 씨와 딸 조윤현 양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배가 아프면 아기가 나온다던데…, 아! 얼마나 아파야 하늘이 노래지는 거지? 난 지금 너무 아파서 숨조차 쉴 수 없는데….”

꽃봉오리도 피어나기 전인 16살 어린 나이에 아기 엄마가 된 이주영 양의 사연이 책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좌충우돌 왕초보 엄마는 출산과정과 아기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잔잔한 일상사, 군대간 남편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인터넷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연재하면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루 방문자가 23만 명에 달하고 ‘이주영 육아일기’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수천 개의 격려 댓글이 이어졌다. 팬클럽도 4개나 생겼다.

이번에 발간된 <18세 엄마 이주영의 육아일기>는 그녀가 그동안 미니홈피에 게재했던 이야기들과 연애ㆍ출산과정, 육아, 또래 소녀들에게 성 고민을 상담해준 내용, 미래 계획 등을 그림 그리듯 담고 있다.

그녀는 2003년 중학교 3학년 때 남편(당시 고3)을 만나 이듬해 9월 고1 여름방학 때 딸 조윤현 양을 낳았다.

임신 9개월까지 양쪽 부모와 친구들조차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그녀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된다.

배 나온 것을 들킬까봐 항상 배에 복대를 두르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는 그녀는 돈이 없어서 서점에 서서 동화책을 읽으면서 태교를 했다. 또 태교음악으로 힙합과 R&B를 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윤현이는 지금도 대중음악만 나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건들건들’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고 한다.

남편은 “딸이 커서 아빠를 찾기 전에 다녀오는 게 좋겠다”며 윤현이가 백일도 되기 전에 입대했다. 이후 그녀는 시댁에서 윤현이를 홀로 키우며 살림을 배웠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그녀는 기자에게 “작고 어리다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느냐”고 반문한 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 행복하게 잘 살테니 지켜봐 달라”고 철이든 어른처럼 말했다.

하지만 “단 일주일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가서 처녀 때 못 놀았던 거 다 놀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도 말해 기자를 헛갈리게 했다.

비밀스런 어린 그녀들의 성 이야기

그녀는 남녀의 신체구조나 임신, 피임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는 게 진짜 성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16세 출산이라는 대사건을 겪은 뒤, 자신과 비슷한 경우를 당한 또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인터넷에 익명의 ‘성 상담실’을 열었다. 곧바로 많은 고민 글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이성교제와 섹스, 임신, 출산 등에 대한 고민이다.

남자친구가 입대한 지 얼마 안돼서 임신 3개월인 것을 알았다는 여고생, 남자친구가 자꾸 섹스를 요구하는데 응해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또 다른 여고생의 사연 등이 줄을 이었다.

그녀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최선의 방법은 책임질 나이가 될 때까지 섹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당하게 섹스를 하라. 단 어떤 일이 있어도 피임은 확실하게 하라. 10대 이성 교제의 최악의 사태는 섹스나 임신이 아니라 바로 낙태다.”

그녀는 “고교생의 3분의1은 이성친구가 있고, 그들 중 3분의1은 성경험을 했다고 봐야한다”며 “이제는 우리나라 성교육 방식이 180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낙태 시술은 35만 건에 이른다. 이 중 미혼여성은 14만7000여건으로 42%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통계 수치일 뿐이고, 낙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해마다 100~150만 건의 낙태가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순히 공식 통계로 계산해도 지난해 낙태 건수는 출생아 수(43만8000명)의 80% 수준이다. 신생아 10명이 태어나는 순간 다른 곳에서는 축복받지 못한 태아 8명이 수술대 위에서 싸늘하게 죽어간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 이주영 양의 사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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