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권으로 끝내는 위대한 지식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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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리아 20세기를 대표하는 21권의 책/발터 에어하르트·헤르베르트/야우만 엮음·김홍진 옮김/605쪽·2만8000원·개마고원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다케우치 미노루 외 지음·양억관 옮김/800쪽·2만7000원·이다미디어

‘테오리아’를 펼쳐 들면 우울하다. 20세기 말 독일 북부 대학도시인 그라이프스발트의 3개 대학 공동 강의 시리즈를 엮은 이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21권의 책에 대한 비평이 담겨 있다. 목록을 죽 훑어보면 독일어권 학자들이 중심에 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후설의 ‘논리연구’,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하버마스의 ‘소통행위 이론’, 루만의 ‘사회의 사회’ 등. 헝가리 태생이지만 독일학계의 자장에 놓여 있는 루카치의 ‘이성의 파괴’까지 합치면 무려 13권이다.

코웃음을 치며 다른 목록을 찾아봤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레비스트로스, 푸코, 데리다, 부르디외 같은 프랑스 학자의 저술이 6권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저술은 바흐친과 쿤 각 1권씩이다. 편집자들이 자인하듯 명백히 독일 중심이고 유럽 중심이며 남성 중심(여성학자는 보부아르 단 1명)이다.

그러나 말이다. 편집자들이 지적하듯 한 권의 책으로 세계적 영향을 끼친 학술분야의 이론서를 말하라고 할 때 뭐가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같은 독일인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책이 아니라 논문으로 발표돼서 제외했다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을 펼쳐 들면 안도의 한숨부터 나온다. 춘추시대부터 19세기까지 3000여 년 중국 역사의 고전 201종을 선정하고 핵심 내용을 일본의 대표적 동양학 연구자들이 요약한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사서삼경을 포함한 제자백가의 사상서와 사기와 자치통감 같은 역사서, 당송 8대가의 작품집,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 같은 소설, 본초강목과 황제내경 같은 과학서 그리고 청나라 말기 변법자강운동의 지도자 캉유웨이(康有爲)의 근대적 개혁사상을 담은 ‘대동서’까지.

20세기 100년을 대표하는 책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동양이, 그래도 19세기 이전의 역사에선 뒤지지 않는다는 자족감은 금세 허망해진다. 일본인들이 그것을 정리하는 동안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했던 우리는 뭘 한 걸까. 한국은 언제까지 중국이 대표하는 ‘동양’에 무임승차해야 하는 걸까.

‘이론’의 어원인 그리스어를 차용한 ‘테오리아’에 실린 21권에 대한 분석은 균일하면서도 심층적이다. 반면 ‘교양으로…’에 실린 201권은 발췌 요약에 충실했으며 후대의 영향력에 따라 소개 분량이 큰 차이가 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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