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노처녀, 드라마 ‘性역’ 깹니다”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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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주인공 고현정과 천정명.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주인공 고현정과 천정명.
《“오빠 나 잘해?”(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안의 정사 장면) “그거 하면 처녀막은 어떡해요? 저 처녀거든요.”(산부인과에서 질초음파 검사를 받는 장면)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대사는 도발적이다 못해 노골적이다. 공중파TV에서는 전례가 드문, 드라마의 파격적 성 묘사에 도전한 김도우(38·사진) 작가. MBC ‘눈사람’(2003년)과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을 집필하며 ‘스타 작가’로 떠오른 그녀가 ‘여우야…’의 논란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 작가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인터뷰할 생각이 없다”며 여러 차례 기자의 전화를 피했으나 한참을 설득한 끝에 “간단한 것만 물어봐 달라”며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 “성표현 논란, 개의치 않는다”

‘여우야…’는 병희(고현정)가 철수(천정명)의 주요 부위에 손을 대거나 상상 속의 남자(이혁재)와 밀애를 나누며 신음소리를 내는 등 매회 빠짐없이 등장한 성 묘사 장면이 논란을 일으켰다. ‘15세 시청가’를 표방했지만 “민망해서 가족이 함께 볼 수 없다”는 시청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이런 논란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잘 알아요. 기획하면서 이미 예상했던 일이죠. 명색이 음란잡지 기자인데 뭔가 보여 줘야 하지 않나요?(웃음) 극중 병희가 ‘처녀’인데 원래 뭘 모르면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는 법이죠.”

김 작가는 ‘내 이름은…’에서도 삼순이(김선아)의 “너무 오래 굶었어”라는 대사가 성적 상상을 유발한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삼순이가 반 발짝 나갔다면 병희는 한 발짝 나간 거죠. 개인적으로는 지금이야말로 TV와 시청자가 서로 이런 얘기들을 터놓고 할 시기라고 봐요.”

그렇다면 병희의 과도한 성적 상상과 성애 장면을 통해 김 작가가 표현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기존 멜로드라마가 남녀 간의 온갖 사랑 얘기를 다루지만 유독 성에 있어선 주인공들의 순결을 강조한 경우가 많았죠. 그런 틀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그 나이의 여자가 살아가는 삶에 담긴 사랑과 성을 솔직하게 그리려는 거죠.”

시청자의 항의와 언론의 비판기사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한참 대답을 망설이다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논란은 개의치 않아요.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그런 장면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논란 때문에 작가가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내용을 고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우야…’에 대한 작가로서의 시청소감을 물었다.

“겨우 4회 방영한 걸요. 하지만 ‘내 이름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드라마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자리를 잡고 안정되는 느낌이에요.”

○ “고현정은 타고난 고병희”

30대 노처녀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고현정을 비롯해 윤여정 손현주 등 연기파 배우와 신인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전 연기자복이 많은 작가예요. 삼순이를 연기했던 김선아 씨도 그렇고. 고현정 씨는 고병희에 100% 적합한,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도 호연하고 있고 신인들은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고마울 따름이에요.”

김 작가는 ‘내 이름은…’이 5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여우야…’를 집필하던 도중엔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고 한다.

“성 표현 수위가 높아서 시청자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고 잘해 봤자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피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매달렸어요.”

그녀는 병희를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참다운 사랑에 눈 떠가는 여자의 삶을 보여 줄 예정이다. 혹시 병희나 삼순이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캐릭터는 아니냐고 묻자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을 가진 인물”이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김 작가는 지난주 방영분까지 성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5회부터 30대 여성의 일과 사회생활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순이가 단순명료한 성격으로 시청자의 기분을 시원하게 풀어 줬다면 병희는 소심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거예요. 아직 보여 드릴 내용이 많으니 재미있게 지켜봐 주세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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