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가공식품 만든 성원 스님 “연꽃이 주민들 밥도 먹여줍니다”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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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선원사의 성원 스님이 남미 열대우림 지역에서 서식하는 빅토리아 수련이 꽃을 피우자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선원사
인천 강화도 선원사의 성원 스님이 남미 열대우림 지역에서 서식하는 빅토리아 수련이 꽃을 피우자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선원사
“세계에서 가장 큰 연으로 꼽히는 빅토리아 수련이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을 다들 처음 본다고 하네요.”

고려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선원사(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사적 259호) 주지인 성원(45) 스님은 22일 절 앞마당에 핀 빅토리아 수련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지난해 8월 일본 교토(京都)의 한 식물원에서 기증받은 연의 씨가 잘 자라 마침내 꽃을 피워 낸 모습이 너무도 대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스님들은 대개 연과 친숙한 편이지만 성원 스님의 ‘연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1998년부터 절 앞 논에 연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시작해 다양한 연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7월엔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후생식물원 주최로 열린 세계 연꽃축제에 초청돼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꽃, 잎, 뿌리 등 버릴 것이 없는 연으로 차, 냉면, 국수, 비누, 과자,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 20여 종의 가공품을 만들어 냈다. 1만 평의 논에 심은 연꽃이 활짝 피는 7, 8월에는 문화예술 공연이 어우러진 ‘논두렁 연꽃 축제’를 열고 있다.

성원 스님은 “쌀 시장이 개방되면 벼농사보다 수익률이 10배 이상 높은 연과 같은 특용작물을 심어 농민들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며 “연을 보면 즐겁고,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절 주변 5개 마을 주민들은 성원 스님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벼 대신 연을 심기로 했다. 이곳은 특용작물 단지로 선정돼 2012년까지 78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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