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토크]와인이름 ‘4자 원칙’을 아시나요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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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마시기도 전에 너무 많은 종류 때문에 질린다. 게다가 와인 병 라벨에 적힌 기다란 알파벳은 선뜻 와인에 다가서기 힘들게 한다. 그나마 영어는 부담이 덜하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름이 절반을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름이 네 글자를 넘지 않는 와인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짧은 이름을 가진 와인의 판매량이 긴 이름의 와인보다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와인 수입업체들도 수입 와인을 결정할 때 ‘최대 4자’란 원칙을 중요한 요소로 친다.

샤토 탈보(Chateau Talbot)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도 샤토 탈보의 인기는 대단했다. 10만 원대의 고가였지만 ‘땅딸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

와인이 생산된 지역명을 딴 와인 이름도 짧으면 짧을수록 성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탈리아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처럼 긴 지역 이름을 쓰면서도 국내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이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와인은 ‘키안티’다. 가격이나 맛에서 다른 와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키안티가 인기 있는 것은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 덕이라는 게 와인업계의 중론이다.

이름을 짧게 바꾼 뒤 판매량이 급증한 와인도 있다.

이른바 ‘작업용 와인’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와인 ‘빌라 M’의 원래 이름은 ‘빌라 모스카텔’. 라벨이 없는 스위트 와인으로 유명한 빌라 M은 지난해 4월 개명한 뒤 35%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아영FBC가 좀 더 일찍 개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다.

역사적 인물이나 소설 속 등장인물을 와인 이름으로 쓰는 것도 최근의 새로운 특징이다. 이탈리아 탐험가 베라차노, 로미오&줄리엣, 안익태, 모차르트 등.

꼭 외울 필요는 없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재미있는 것이 바로 와인 이름에 얽힌 사연이다.

▽잠깐!=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와인 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서는 대개 와인이 생산된 지역을 이름으로 쓴다. 보르도, 부르고뉴, 키안티, 바롤로 등이 그 예. 지역이 좀 더 구체적이고 좁혀질수록 비싸고 좋은 와인일 확률이 높다. 지역→마을 이름→포도밭→양조장 또는 제조자의 순.

카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 시라, 리슬링처럼 포도 품종의 이름을 쓰기도 한다. 이탈리아 슈퍼 와인인 사시카이야(자갈)는 드물게 포도가 자란 자연환경을 나타낸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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