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본질 벗어난 기업혁신은 실패!… ‘리노베이션’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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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서지오 지먼 등 지음·이중순 옮김/364쪽·1만5000원·황금가지

이노베이션(혁신)은 경영인들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기업과 조직을 새롭게 변화시켜 성공하면 큰 성과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국으로 한국을 꼽은 적이 있다. 6·25전쟁으로 초토화된 데다 40년 전에는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던 한국이 반도체 조선 등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술과 경영의 혁신이 없이는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크건 작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변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할 것이다”라고. 그러나 사람들은 친숙하고 익숙하게 된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경영진은 더욱 변화를 요구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혁신은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부문이나 심지어는 정부 기관에서도 유행어가 되었다. 마치 혁신이 만병통치약이나 만능열쇠라도 되는 듯하다. 과연 변화와 혁신은 권장하고 강요할 만한 것인가. 그 성과는 과연 성공적이었는가. 이 책에서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는 혁신에 대한 맹신을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스타벅스가 매장에 무선네트워크를 설치했을 때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더 마셔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했다. 하지만 맥도널드가 똑 같은 일을 했을 때 결과는 정반대였다. 맥도널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의 일부는 ‘재빨리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본질을 벗어난 혁신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저자는 무조건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기보다는 리노베이션을 하라고 추천한다. 진정한 리노베이션은 본질은 그대로 놔둔 채 거기에 새로운 활력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실패의 위험이 적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 쉽다.

그렇다면 이노베이션은 무용한 것인가. 저자는 만약 신생기업이라면 때때로 대담한 이노베이션을 시도해 문 안에 발이라도 들여놓을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하나 일단 진입에 성공한 이후에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기업 구조와 사고방식을 계속 리노베이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본질을 벗어나지 않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기업과 경영인들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변화하되 제대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게다. 이 책을 살펴보고 나니 ‘변화를 위한 변화는 어리석고 불필요한 낭비에 불과하다’는 잭 웰치의 지적이 떠오른다. 원제 ‘Renovate before you innovate’(2004)

박영균 편집국 부국장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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