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역사 읽기 30선]<27>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을 무조건 ‘악의 축’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 반대로 ‘주체의 나라’로 인식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북한의 모습 그 자체를 사실 그대로 인식하고, 그 내면을 이해하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안목이 필요합니다. … 북한 체제를 만든 사람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그들이 추구했던 이상과 현실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체제 아래 살아온 일반 대중의 삶은 어떠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게만 보이던 북한 체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북한이다. 매일 새로운 뉴스와 정보를 접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 같은 민족이면서도 불신과 증오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을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무겁고 거친 선전선동과 이념의 이미지로 먼저 다가오는 북한의 현대사를 사진과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광복 직후부터 북한의 건국 과정, 6·25 남침과 참혹한 전쟁, 폐허의 복구 과정,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이 고수해 온 북한식 사회주의, 현재의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설명했다.

사실 북한은 지구상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다. 오랜 역사를 함께 살아왔고, 지금도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북한 사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최고 권력자에 대한 충성, 불가해한 군중 동원과 집단행동, 미사일 발사 이후 고립을 자초하는 현재의 모습은 정말 비정상으로 보인다. 오랜 대립의 시대가 북한의 이런 일그러진 모습을 더욱 심화시켰다. 분단과 전쟁, 냉전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의 몇몇 특징이 어떤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1960년대 김일성이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권력을 갖게 된, 북한의 수령체제를 보며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던진다.

“이미 막강한 권력을 차지한 김일성은 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을 ‘수령’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갔을까?”

저자들은 단순한 ‘개인 숭배’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하게 획일화된 사회가 만들어진 배경을 1960년대 중반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찾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북한은 의지할 데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중-소 분쟁 등으로 공산권이 분열돼 후견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반면 남한은 미국과 일본의 지원 아래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뤘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사회주의 낙원을 약속했지만 경제성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이 책은 김일성이 그 같은 위기를 항일유격대 식으로 돌파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일성 자신이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신격화한 ‘수령’이 되어야 했고, 당과 국가와 사회를 모두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일사불란한 체제로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결국 사회 자체의 역동성을 없애는 체제 경직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한 수많은 사진을 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책의 제목대로, 풍부한 사진과 그림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돕고, 한편으로 생생한 역사를 증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용범 서울 대일고 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