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용 前대북감청부대장 “정부 NLL 사수의지 의문”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6인의 영웅 그대들을 잊지않겠습니다서해교전 4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 앞에서 대한민국해군동지회 주최로 서해교전 희생자 추모전시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교전 과정에서 산화한 장병과 당시 전황 사진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6인의 영웅 그대들을 잊지않겠습니다
서해교전 4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 앞에서 대한민국해군동지회 주최로 서해교전 희생자 추모전시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교전 과정에서 산화한 장병과 당시 전황 사진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4년 전인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경.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고속정인 참수리 357호정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남북한 함정 사이에 격렬한 해상전투가 벌어졌다. 이른바 ‘서해교전’. 이 전투에서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산화했다.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는 희생 장병 6명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서해교전은 발발 3개월여 뒤인 2002년 10월 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5679부대(북한통신감청부대)의 부대장인 한철용(사진) 소장의 ‘폭탄발언’으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군 수뇌부가 북한의 도발징후를 묵살하고 ‘단순침범’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발언이었다.

국감장에서 기밀문서인 ‘블랙북(북한 첩보 일일보고서)’을 흔들며 군 수뇌부를 질타한 한 소장은 이후 군사기밀 누설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그로부터 4년, 당시처럼 월드컵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맞는 서해교전 4주년을 앞두고 한 씨를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만났다.

―서해교전 4주년을 맞이하는 심경은….

“무고한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교전 이후 NLL 사수 의지가 더 공고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북측은 어떻게든 NLL 문제를 확대시키겠다는 전술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NLL을 북한에 양보해선 안 된다.”

―북한이 지난달 장성급 군사회담을 결렬시키면서까지 NLL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최종 목표는 서해5도를 넘보는 것이다. 유사시 아군의 북한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인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북한으로선 ‘목에 가시’다. 서해 5도만 아니면 서울 등 수도권을 쉽게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사전작업으로 NLL 무력화를 고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서해상에서 또 다른 돌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교전 발발직전 감청한 북한군 교신내용 중 ‘8자’, ‘15자’가 결정적 도발징후라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그 확신은 변함이 없다. 1990년대 중반 미국 국가안전국(NSA) 요원들은 대북감청을 하다 훈련이 아닌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공격’, ‘사격’이라는 용어가 포착되면 미 국방장관에게 곧바로 보고했다. 정보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군을 향해 ‘사격’, ‘공격’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기습공격을 예상하고 대북감시임무에 만전을 기했다.”

―기밀을 누설하고 군내 위계질서를 파괴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진실을 알릴 것이며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당시 국감장에서 블랙북을 흔들었을 뿐 내용은 누설하지 않았다. 이는 법원 판결에서도 명백히 가려졌다.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군 수뇌부의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전역 직후 국방부를 상대로 정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한 씨는 2004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방부가 한 씨의 정직 사유로 내세운 △대북 정보 불성실 분석 및 보고 △국감장에서의 비밀누설 △군 수뇌부 명예훼손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국방부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지만 지난해 4월 기각당했다. 그는 현재 건국대 충주캠퍼스 북한학과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