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를 잃은 나트륨 소금으로 태어났죠”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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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쓸모없는 존재.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슬픈 나트륨…. 주고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잃고서 외로운 줄 알았는데 내 친구 염소가 어느새 내 속에 가득 있네요.”

양이온과 음이온 간에 이뤄지는 이온결합은 과학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천천히 의미를 짚어 나가다 보면 그 작고 별 볼일 없는 현상이 인류 문명의 산물인 ‘소금’을 만들어내는 근원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작품’(사진)을 쓴 주인공은 청주 주성중학교 3학년생인 유호진 군.

유 군의 작 ‘주고도 얻는 기쁨’은 7월 열리는 국제화학올림피아드를 기념해 대회조직위원회(대회장 이은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개최한 ‘제1회 화학 시화전(詩畵展)’에서 850여 개 참가작 가운데 1등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유 군은 “과학시간에 배운 나트륨과 염소의 이온결합이 곱고 귀한 소금을 만든다는 사실에 착안해 작품을 쓰게 됐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자를 주고받으며 끈끈하게 결합한 나트륨과 염소 원자를 ‘주고받는 기쁨’에 빗댔다. 비록 전자를 잃었지만 전자를 가져간 염소와 다시 만나 소금으로 되살아난 나트륨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소금을 구성하는 이온결합의 성질을 알기 쉽게 묘사한 문장력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은상은 대전 대덕고 3학년 유현지 양의 ‘O2 아름다운 동행’과 대구 와룡고 3학년 이진식 군의 ‘흑연’이 차지했다.

유 양은 직접 보고 만질 수는 없지만 빛과 열을 내는 촉매이자 생명의 원천인 산소(O2)의 소중함을 시와 그림에 담았다. 이 군은 다이아몬드와 성분은 같지만 구조가 달라 상대적으로 업신여김을 당하지만 쓰임새는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려주며 흑연이 주는 의미를 노래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대회 출품작 중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금, 산소, 물을 주제로 쓴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장인 최미화 서울 여의도고 교사는 “학생들이 평소 화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일상의 과학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시와 그림에 잘 드러나 있다”며 “이번 대회가 화학 교육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좋은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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