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66>各·路·露·落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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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路(로)·露(로)·落(락)’에는 모두 ‘各(각)’자가 들어가 있다. ‘各’의 최초의 형태는 구덩이에 하나의 발이 빠지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로 말미암아 ‘各’은 ‘들어가는 모양, 도달하는 모양, 끼워 넣는 모양, 빠지는 모양’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동작을 하는 것이 하나의 발로 나타났으므로 ‘하나씩, 각각’이라는 의미가 후대에 생겨난 것이다. ‘路’는 ‘足(다리·족)’과 ‘各’이 합쳐진 한자로 ‘길’을 나타낸다. 이 의미는 ‘다리가 도달하는 곳’이 ‘길’이라는 고대인의 생각을 나타낸다. ‘露’는 ‘雨(비·우)’와 ‘路’가 합쳐진 한자로 ‘이슬’을 뜻하는데 이 의미는 ‘길가의 풀잎에 맺혀 있는 빗방울’에서 나온 것이다. ‘이슬’은 사물을 적시게 되므로 ‘露’에는 ‘적시다, 젖다’라는 의미도 생겨났으며, 이슬은 풀잎 끝에 살짝 나타나므로 ‘드러나다’라는 뜻도 생겨나게 되었다. ‘落’은 ‘>(풀·초)·수(물·수)’와 ‘各’이 합쳐진 한자로 ‘떨어지다, 빠지다’라는 뜻을 갖는다. 이 의미는 ‘풀이나 물이 떨어지는 모양’을 나타낸다. ‘떨어지다’로부터 ‘빠지다, 몰락하다, 죽다’라는 의미가 생기고, 이로부터 ‘끝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건물을 다 지었을 때 흔히 落成式(낙성식)을 하게 되는데, 落成式은 ‘건물의 완성을 끝내는 식’이라는 뜻이다. ‘成(성)’은 ‘완성, 이루다’라는 뜻이다. 落成式을 ‘건물이 완성되어 사용하기를 시작하는 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落’에 ‘처음, 시작’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곳에서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떨어지다’라는 동사에는 흔히 ‘시작하다’라는 의미도 함께 존재한다. 영어의 ‘fall’에도 ‘떨어지다’라는 의미와 함께 ‘시작하다’라는 의미가 있고, 우리말의 ‘새로운 일이 떨어졌어’라는 말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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