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3년 6차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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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 맘 깊은 곳에 외로움 심으셨나요/ 그냥 스쳐 지나갈 바람이라면/ 모르는 타인(他人)들처럼 아무 말 말고 가세요….”

가수 이광조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노랫말처럼, 북한은 우리에게 진정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남남 같은 존재다.

남한의 대통령과 포옹하며 한민족임을 확인하다가도 남북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뫼비우스의 띠(직사각형 모양의 종이띠를 180도 꼬아 양끝을 연결해 고리 모양이 되도록 잇는 것)’처럼 말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구분이 없다. ‘분단’이라는 현실과 ‘통일’이라는 이상이 혼재된 한반도의 모습과 닮았다. 6·25전쟁 이후 남북 간 회담도 그렇다.

1973년 5월 9일 제6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남측은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의 생사 여부와 주소 확인을 선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철폐, 반공기관 해산 등을 우선 제거하라고 주장해 회담은 결렬됐다. 같은 해 7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회담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뒤에야 남과 북은 손을 잡았다. 1985년 5월 제8차 회담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만남에 합의했다. 그해 9월 남북 이산가족의 쌍방 고향 방문과 예술단 교차공연이 이뤄졌다.

2000년에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을 합의했고 그해 8월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9월 비전향장기수들의 북한 송환이 이뤄졌다.

올해 2월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전쟁 시기 및 그 이후 시기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 해결한다’고 두루뭉술하게 합의했다. 그나마 올해 4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과 북은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납북자와 국군포로)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공동보도문에 합의해 다소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십 년간 이어진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 횟수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핵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합의가 미흡한 데다 납북자 논의는 올해 6월 적십자회담에서 다시 논의된다.

언제쯤에나 북한이 ‘진정 가까운 당신’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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