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지역 시향 발전에 기립박수를…‘2006 교향악 축제’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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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교향악축제’ 폐막일인 2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3악장을 연주한 수원시향.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2006 교향악축제’ 폐막일인 2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3악장을 연주한 수원시향.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의 오케스트라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봄의 교향악 제전을 열어온 지 올해로 18년. 동아일보와 예술의 전당, KBS가 주최하고 전국 21개 교향악단이 참여해 26일간 계속된 ‘2006 교향악축제’에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 교향악단이 소속된 각 자치단체의 지원 수준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폐막 연주회가 있었던 26일 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씨의 진가를 알게 해준 프랑크의 ‘교향적 변주곡’이 끝난 후, 박은성 씨 지휘의 수원시향은 교향곡의 느린 악장 가운데도 가장 길다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3악장을 ‘천국적인’ 길이로 주파하며 1시간 반이 넘는 대장정을 기립박수로 마무리했다. 수원시향은 일본 나고야 필에서 ‘바그너 튜바’ 주자 4명까지 긴급 공수해와 브루크너가 평생 몸담았던 오스트리아 린츠 성(聖) 플로리안 교회의 장중한 오르간 음색을 구현해 내기 위해 애썼다.

수원시향보다 먼저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창원시향이었다. 장윤성 씨가 지휘대를 확실히 장악한 창원시향은 12일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난곡으로 소문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을 소화해냈다. 창원시향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예산과 테크닉의 부족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하며 서울 청중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다.

광주시향과 포항시향은 ‘다크호스’였다. ‘전라도의 자존심’을 지킨 광주시향은 12년 만에 복귀한 금노상 씨의 지휘봉 아래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을 높은 수준으로 일구었다. 상임지휘자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부산시향, 울산시향, 대전시향, 서울의 강남심포니 등은 안정된 앙상블을 과시했다. 이에 반해 3년 이상 지휘자를 영입하지 못한 인천시향은 예전에 비해 우선 자신감부터 없어 보였다. ‘동북아국제도시’를 부르짖고 있는 인천시는 위상에 걸맞게 그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인 교향악단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축제 기간 중 가장 많은 유료 청중(1373명)을 모은 이웃 부천필의 약진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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