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은 산학 네트워크 통해 빛본다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 책임자들은 대덕연구개발(R&D)특구가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도시처럼 발전하려면 정부와 기업 연구단지가 하나가 돼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대전 유성구 스파피아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대덕R&D특구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대전=이훈구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독일 테크놀로지파크, 영국 서리 리서치파크 등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집적단지)의 전문가들이 24일부터 26일까지 대전의 대덕연구개발(R&D)특구를 방문했다. 이들은 24일 저녁 대전 유성구 스파피아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주요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사례를 전하고 대덕R&D특구의 발전을 위해선 산학연(産學硏)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모두 6명의 외국전문가가 참석했다.

▽사회=여러분의 경험으로 볼 때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가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테드 아버내시(미국)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부사장=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는 1950년대 중반 ‘과학단지’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965년에 IBM이 시설투자를 하면서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137개 기업이 들어서 있고 4만여 명이 일한다.

▽자크 마스붕기(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이사=소피아앙티폴리스는 국립연구소를 유치하면서 만들어졌다.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해 과학적인 환경을 갖추고 기술 자산을 겸비하면서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하이키 알토(핀란드) 울루 이사=핀란드 울루 지역에선 1970년대까지만 해도 파이프와 제지산업이 주력이었지만 ‘사이언스 파크’를 만들면서 정보기술(IT) 클러스터로 변모했다.

▽클라우스 플레이트(독일) 하이델베르크 테크놀로지파크 원장=하이델베르크는 600년 이상 된 과학도시로 1970년대에 공공 연구기관에 집중 투자했다. 최근에는 IT와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혁신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기업가 정신이 필수적이다. 혁신 클러스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요건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마스붕기 이사=공공 부문과 민간의 실험실과 연구센터에서 혁신 마인드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산학연이 협력하고 정부가 적극 도와줘야 성공할 수 있다.

▽아버내시 부사장=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이곳에서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알토 이사=정부는 어떻게 하면 대학의 아이디어를 기업의 비즈니스로 연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며 좋은 인재가 몰리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플레이트 원장=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어 주는 사례도 많이 나와야 한다. 독일의 각 대학에선 상금이 걸린 대회를 열어 교수들이 과학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는 데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말콤 패리(영국) 서리 리서치파크 이사=대기업과 정부가 서로 협력해야 ‘사이언스파크’가 잘 굴러갈 수 있다.

▽사회=혁신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마스붕기 이사=연구단지가 고립돼 있어선 존속하기 어렵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적절한 인프라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알토 이사=기업 오너들이 기업경영을 제대로 못할 땐 경영진을 바꿔 줄 필요도 있다.

▽패리 이사=사회가 기업가를 존경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기술과 경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클러스터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장 기업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경영자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사회=정부는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게 좋은가.

▽다도 반타노(미국) 톨우드 벤처캐피털 사장=실리콘밸리에서 지역정부가 하는 일은 주로 기술자 교육이다.

▽플레이트 원장=하이델베르크 지방정부는 유치원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16세 이상 학생을 위한 실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립 암 연구센터와 분자생물학 연구원은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다.

▽마스붕기 이사=프랑스 정부는 36년 전에 공공 연구기관의 재배치 등 발전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했다. 이후 주도권이 지방정부로 넘어와 25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아버내시 부사장=연방정부는 대학과 연방 실험실에 자금을 지원해 준다. 지방정부 개입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여러 면에서 토대 역할을 한다.

대전=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