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왜 학교엔 비데가 없나요?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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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주부 이모(36·경기 고양시 화정구) 씨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들어간 아들(6)이 연사흘 바지를 버리고 와 뒤처리에 애를 먹었다.

일반 유치원보다는 조금 엄격한 분위기의 병설 유치원에 들어가 긴장한 탓인지 평소 변비가 있던 아이가 사흘 연속 옷에다 물컹하게 ‘큰일’을 치러놓아 뒤처리도 뒤처리였지만 아이가 부끄러워 유치원에 안 다닌다고 할까봐 달래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큰일’을 벌이는 데에는 비데도 한몫한다.

주부 권모(40·서울 강동구 고덕동) 씨는 지난해 어느 날 유치원생인 아들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속옷을 확인해 봤더니 속옷이 ‘응가’ 범벅이었다.

“유치원 화장실에서 응가 하고 나왔거든.”

아이는 집에서 비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유치원 화장실임에도 닦는다는 개념 없이 ‘개운하게’ 그냥 나오고 만 것이었다. 권 씨는 “그제야 비데가 없는 곳에서는 휴지로 뒤처리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서울 S어린이집 교사인 노해경(34) 씨는 얼마 전 이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사흘 연속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실수를 저질러 심히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았다.

노 씨는 “요즘 아이들은 편식 때문에 변비가 심한데 변의를 느끼게 되면 밀린 변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아동상담센터 정희정 소장은 “아이들의 근육 발달 정도를 보아 6세 정도면 스스로 화장실 뒤처리가 가능하지만 비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보니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훈련을 시키는 것을 지나쳐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필요할 때는 수업시간이라도 조용히 손을 들고 선생님께 의사 표현을 꼭 할 것 △쉬는 시간에는 반드시 화장실에 갈 것을 평소 일러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아이가 실수했을 때에는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위로해 주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잘 가렸던 아이가 실수를 2, 3차례 반복하는 경우에는 엄마가 모르는 심리적인 불안 요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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