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하의도 농민운동사 펴낸 김학윤씨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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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전남 신안군 하의면에 속한 작은 섬 하의도(荷衣島). 물 위에 뜬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아 ‘연꽃섬’이라 불리지만,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350년간 투쟁한 한 많은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소설가 송기숙이 발표한 ‘암태도’가 아니었다면 1923년 9월 전남 무안군 암태도에서 발생한 ‘암태도 소작쟁의’가 망각 속에 묻혀 버릴 뻔했듯이, 최근 ‘하의도 농민운동사’(책과함께)를 발간한 김학윤(金學允·70·사진) 씨가 아니었다면 하의도 농민들의 350년간 투쟁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의도 태생으로 농업협동조합 운동을 주도하며 평생 농촌 살리기에 힘써 온 김 씨는 정년퇴임 후 근 10년간 이 책 집필에 몰두했다. 그는 농민운동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지도군총쇄록(智島郡叢刷錄)’ 등 역사 기록과 관련 인물들의 족보, 재판 판결문, 당시 신문 등을 조사해 하의도의 역사를 되살려 냈다.

김 씨는 “어린 시절 고향 어르신들에게서 하의3도 농지에 얽히고설킨 파란만장한 수난의 역사를 전해 들으며 자랐다”며 “농지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개척성과 애농(愛農)사상, 평화주의에 기반한 저항정신을 소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의도는 17세기 조선 왕실과 인척관계를 맺은 세도가가 농민들이 개간한 토지를 강탈한 이후 땅 주인이 아홉 번이나 바뀌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재벌을 상대로 독립운동 차원의 투쟁을 벌였다. 1914년 2월 20일 일본인 재벌 우콘 곤자에몬(右近權左衛門)이 강압적으로 하의도 땅을 빼앗으려 하자 농민 1000여 명이 목포재판소와 경찰서가 있는 해변에 솥을 걸어 놓고 농성을 벌이며 항거했다고 한다. 1924년 하의도 농민들이 일제에 맞서 ‘내 땅 되사기 운동’을 벌였을 때는 동아일보가 1월 31일자에 하의도 농지 분쟁의 역사를 전면에 걸쳐 보도하기도 했다.

김 씨는 “하의도의 농지가 1950년 2월 13일 제헌국회에서 ‘적산(敵産) 불하’의 형식으로 하의도 농민에게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350년에 걸친 하의도 농민들의 저항운동 덕분이었다”며 “특히 신분과 민족을 초월해 하의도 농민들을 도왔던 유배지의 학자들, 일본인 변호사 등의 사연을 발굴했을 때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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