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속으로 20선]<20·끝>숲-보기, 읽기, 담기

  • 입력 2006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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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광속의 시대에 느림을 대변합니다. 숲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빈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숲을 찾는 묘미는 바로 그 ‘느림과 비움’에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나의 책을 앞에 두면 숲이 보이고, 그 책을 펼치면 숲 안으로 쑥 들어서게 되며, 그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한 그루 나무, 하나의 숲이 되어 버리는 책이 있다.

숲에 관한 부드러운 에세이인 이 책은 숲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섬세하게 보여 주는 다정하면서 즐거운 책이다. 막연히 상상 속의 숲이나 그리움으로서의 숲이 아니라 직접 나와 맞서는 자기만의 숲 찾기 방법, 숲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통해 느림과 비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돌출하게 만드는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누어 저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숲의 변화, 색채, 숨결을 통하여 숲을 가까이 만나는 사랑을 시적 감각과 표현으로 너무나 은밀히 그러나 넘치게, 가슴에 차오르게 담아 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숲에 대한 일찍이 보기 어려운 냄새와 체취를, 숲의 준엄하고 신성한 존재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대서사시라고 해야 옳다.

단순한 숲의 해설 차원이 아니라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온갖 인간적 재난에 시달리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따스한 본성을 회복시켜 주는 생명적인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중요성이 있다.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것은 그만큼 자연과 멀어져 있다는 거리적 재난이며, 숲이 아니라 마음에서조차 나뭇잎 하나 떠 있지 못하는 고갈된 건조성이야말로 우리를 빠른 속도로 허물어 가고 있는 징조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진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절박하게 외치는 것이다.

숲은 인간에게 영원한 양식이지 않은가. 이런 풍부한 대자연의 자원을 우리는 너무 오래 외면해 왔으므로 숲을 아는 저자는 숲과 사귀는 방법을 애절하고 안타깝게 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연과 인간은 원래 한몸이라는 소박한 깨달음으로 가는 첫걸음”이 바로 숲을 만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갈증으로 목이 타는 사람들에게 땡볕을 헤맨 뒤에 맛보는 석간수의 환희요 찬란한 얼음별이 쏟아지는 폭탄적인 감격을 맛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눈 쌓인 숲을 거닐면 비굴해지고 왜소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건강하고 당당한 자아로 되돌아가는 체험을 하게 되는’ 일상적 기적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들이 찾지 않은 축제가 어딘가에 있다고 등을 떠민다. 나태함이 우리들의 영혼을 질식시킨다는 경고도 아끼지 않는다. 책 사이사이 숲을 만나는 시원스러운 숲 사진들을 저자가 직접 촬영한 것도 책의 완성도를 맞추는 하나의 아늑한 어울림이며 평화의 길목을 틔워 주는 따뜻한 안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달자 시인


17일부터 ‘리더십을 생각하게 하는 책’ 20권 소개합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2006년 기획 1부 ‘직장인 필독서 20권’, 2부 ‘자녀교육길잡이 20선’, 3부 ‘연인들을 위한 책 20선’, 4부 ‘자연의 향기 속으로 20선’에 이어 다음 주 월요일부터 리더십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 20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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