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쓰기가 신문을 만날 때…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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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하루 만에 당신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다음날 또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걸.’(제목 ‘명심해’)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인 ‘댓글 시’다. 댓글 형식의 짧은 이 시는 인터넷 소설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21)가 올 초 발표한 시집 ‘아프리카’에서 처음 선보였다.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문학작품을 선별해 오프라인으로 출간하는 ‘계간e문학’의 김흥식 회장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무언가 느낌을 받던 시대에서 문장 하나가 책 한 권만큼의 감동을 주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세대, 더 많이 쓴다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젊은이들. 그러나 10, 20대는 자신들이 오히려 ‘읽고 쓰기’에 적극적이라고 항변한다. 대학생 이정희(24·여) 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과거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블로그, 미니홈피, 댓글 게시판 등에 자기 생각을 수시로 쓴다”며 “잘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는 비난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문학 열기만 보아도 ‘쓰기에 열심’이라는 젊은이들의 주장은 입증된다. 10대 중반∼20대 초반을 주축으로 팬픽(인기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창작되는 소설), 판타지소설, 시, 수필 등 자신이 쓴 글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우 문학, 창작 관련 카페만 15만 개가 넘고 네이버 ‘인터넷소설왕국’(소설 창작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회원은 8만 명이 넘는다.

○신문 칼럼 베껴 쓰기로 글쓰기 보완

국어학자들은 10, 20대들의 읽고 쓰기의 특징으로 △맞춤법 등 형식보다는 내용의 소통을 중시하고 △글을 텍스트로 읽기보다는 이미지로 보아 직관으로 느끼며 △자신의 느낌을 압축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데 뛰어나고 △게시판 댓글의 릴레이식 글쓰기는 사실상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구비문학 전통이 인터넷으로 재현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목원대 김슬옹(국어교육학) 교수는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점, 글쓰기 양식의 확장, 정형화된 글쓰기에서 벗어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지적된다. 모니터로 글을 읽다 보면 눈으로 단어를 훑는 경향이 생겨 깊이 있게 행간을 읽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표현을 압축해 변형하다 보니 끼리끼리만 소통이 가능한 제한적 커뮤니케이션에 함몰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글쓰기의 보완책으로 신문활용교육(NIE)을 권한다. 숙명여대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 한금윤 교수는 “신문의 경우 문장 하나하나는 명료하고 압축적이며 전체적인 전개가 유기적이기 때문에 인터넷 글쓰기의 장점과 전통적 글쓰기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특히 신문 칼럼을 읽고 손으로 직접 베껴 보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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