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명령제 이용하세요… 형사재판 중 별도 소송없이 배상받아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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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전자상가에서 컴퓨터를 판매하는 A 씨는 2003년 7월 컴퓨터 18대를 인터넷 쇼핑몰 업체 대표 B 씨에게 외상으로 팔았다.

판매 대금 4450만 원을 1년 넘게 받지 못한 A 씨는 고심 끝에 지난해 이 씨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검찰이 B 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B 씨가 A 씨에게 컴퓨터 대금을 갚겠다고 약속한 지불각서가 공개돼 재판은 A 씨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A 씨에겐 B 씨가 처벌받는 것보다 돈을 받는 것이 더 급했다. 형사재판에서 이기더라도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A 씨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A 씨는 변호사에게서 형사재판 도중이라도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A 씨는 올해 초 형사 재판부에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23일 B 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면서 “밀린 컴퓨터 판매 대금을 지급하라”며 배상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배상명령 제도가 사기나 절도, 상해 피해자에게 물질적 피해에 대한 간편한 복구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배상명령은 형사재판이 종결되기 전이라도 별도의 민사소송 절차 없이 법원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피고인에게 범죄행위로 끼친 손해를 배상 하도록 하는 제도다.

피해자는 항소심 재판이 종결되기 전까지 법원에 배상명령 신청을 하면 된다. 간편한 절차 때문에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사람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제도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배상명령 신청을 할 수 있는 범죄는 절도, 상해, 사기 등으로 제한돼 있다.

배상명령 제도는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등에 대해서만 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6월부터는 위자료까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지만 이 경우에도 위자료 계산을 놓고 다툼이 생기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법률구조공단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1월부터 배상명령 신청을 무료로 대신 해 주고 있다.

대법원 임성근(林成根) 사법정책심의관(부장판사)은 “배상명령 제도는 민사소송보다 배상액은 적지만 물적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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