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4>朋(붕)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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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朋(붕)’은 ‘벗, 친구’라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友(벗·우)’와 함께 ‘朋友’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朋’에는 ‘벗, 친구’라는 의미 외에도 ‘무리, 떼, 한 쌍, 짝을 이루다, 고대의 화폐 단위, 돈, 패물, 보물, 같다, 비교하다, 한껏 성을 내는 모양’ 등과 같은 의미가 있다. 어떤 이유로 이러한 의미가 생겼을까?

‘朋’의 甲骨文(갑골문)은 여러 개의 조개가 세로로 매달린 두 개의 줄을 나타낸다. 두 개의 줄은 나란히 하나의 쌍을 이룬다. 여기에서 ‘한 쌍, 짝을 이루다’라는 의미가 나오며, 이로부터 항상 짝을 이루고 있는 ‘벗, 친구’라는 의미가 나온다. 그리고 ‘벗, 친구’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무리, 떼’라는 의미도 나오게 된다. 고대에는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조개가 매달린 ‘朋’에는 ‘고대의 화폐 단위, 돈, 패물, 보물’이라는 의미가 생기게 되었다. 두 개의 줄은 같은 길이로 나란히 늘어져 있다. 두 줄의 길이가 같은 모양에서 ‘같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두 개의 줄이 함께 나란히 있는 모양으로부터 ‘비교하다’라는 의미가 나온다. ‘비교’는 항상 동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비교하다’를 나타내는 영어의 ‘compare’는 라틴어 ‘comparare’에서 나온 말인데 ‘comparare’는 ‘함께 동등한 상태에 두다’라는 뜻이다.

‘朋’이 나타내는 두 줄에는 조개가 매달려 있으므로 팽팽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로부터 마음이 긴장된 상태인 ‘한껏 성을 내는 모양’을 나타내게 된다. ‘崩’은 ‘山(산)’과 ‘朋’이 합쳐진 글자인데 ‘산이 무너지다’라는 뜻이다. 푸른 산에 산사태가 난 모양을 멀리서 보면 신기하게도 대개 하얀 빛깔의 두 줄이 뚜렷이 나타난다. ‘崩’은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鳥(새·조)’와 ‘朋’이 합쳐진 ‘鵬(붕)’은 ‘붕새’라는 큰 새를 뜻하는데, 이 새는 두 개의 큰 날개를 늘어뜨린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鵬’은 날개가 크게 두 줄로 늘어진 새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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