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8년 마다가스카르 메뚜기떼 공습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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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는 별 B-612의 ‘골칫거리’였다. 막 꽃을 피웠을 때는 아름답지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큰 나무가 되면 별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작은 지혜를 발휘한다. 바오밥나무가 막 싹을 틔웠을 때 양이 먹도록 한 것이다.

이 소설로 유명해진 바오밥나무의 본고장은 아프리카 동남쪽 인도양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다. 58만7041㎢에 인구 1660만 명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나라다.

그러나 실제 마다가스카르의 골칫거리는 바오밥나무가 아니었다.

1957년에 이어 1998년 3월 25일, 이 섬의 하늘은 시커멓게 물들었다. 메뚜기 수십억 마리가 훑고 지나간 논과 밭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가 됐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피해복구에 나섰고 유엔까지 메뚜기 떼를 퇴치하기 위해 농약과 항공기를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메뚜기의 반란’은 아프리카는 물론 한국과 인접한 중국 하이난(海南)과 칭하이(靑海) 성에서도 최근 발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들 메뚜기 떼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100만 ha(약 30억2500만 평)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메뚜기가 극성을 부리는 까닭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이 주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십 년간 대량 벌목으로 삼림 면적이 감소하면서 일부 지역이 열대성 초원상태로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30∼40년 전 한국에서 메뚜기는 어린이의 영양 간식이었다. 메뚜기 다리를 떼어낸 뒤 기름에 살짝 볶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요즘도 일부 음식점에서 메뚜기 튀김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메뚜기를 보기는 쉽지 않다. 농약을 많이 쓴 탓에 일부 유기농 농가를 제외하고는 메뚜기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는 모양이다. 메뚜기 떼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본 마다가스카르나 메뚜기 만나기가 힘들어진 한국이 그렇다.

메뚜기가 ‘지구 황폐화’의 상징이 되고 있는 현실은 새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소설 속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성들여 별의 몸단장을 해 줘야 해.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장미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그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하거든…그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쉬운 일이기도 하지.”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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