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1>至(지)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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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지)’는 어떤 장소에 화살이 날아와 박힌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至’는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至極(지극)’은 ‘극에 도달하다’라는 말이므로 ‘지극하다’라는 뜻이 된다. ‘冬(동)’은 ‘겨울’이라는 뜻이므로 ‘冬至’는 ‘겨울이 도달한 날’이라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밤이 가장 긴 날을 가장 추운 날이라고 생각하여 이날을 ‘冬至’라고 하였다. ‘夏(여름·하)’와 결합된 ‘夏至’는 ‘여름이 도달한 날’이라는 뜻이다. ‘至’는 또한 ‘지극히’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誠(성)’은 ‘성실하다’라는 뜻이므로 ‘至誠(지성)’은 ‘지극히 성실하다’가 되고, ‘當(당)’은 ‘당연하다’라는 뜻이므로 ‘至當’은 ‘지극히 당연하다’라는 말이 된다.

‘致(치)’는 ‘至’와 ‘치(뒤져올·치)’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뒤에 와서 도달하다’가 된다. ‘致’는 여기에서 시작하여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景(빛·경)’과 합쳐진 ‘景致’라는 말은 ‘햇빛이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景致’는 햇빛이 도달하여 눈에 보이는 곳을 말한다. ‘室(실)’은 ‘면(집·면)’과 ‘至’가 합쳐진 글자이다. ‘면’은 원래 지붕과 벽이 있는 공간이므로 ‘室(실)’은 ‘사람이 도달하는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사람이 항상 도달하는 공간은 집이거나 방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室’은 ‘집, 방, 거처’를 의미한다. ‘집’에는 항상 부인이 있으므로 ‘室’은 ‘부인, 아내’라는 뜻도 갖게 된다. ‘李室(이실)’이란 이씨 집안에 시집간 여자를 말한다. ‘到(도)’는 ‘至’와 ‘도(칼·도)’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칼날이 꽂히듯 분명하게 도달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姪(질)’은 ‘여자가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이는 이웃 부족의 여자가 새로운 집안의 형제 사이에 도달한다는 의미로서 곧 시집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자가 시집을 오면 아이를 낳게 되는데, 이 아이는 형제의 조카가 된다. 그러므로 ‘姪’은 ‘조카’라는 뜻을 갖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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