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모델 No. 41’ 의자는 핀란드의 유산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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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텍의 미르쿠 쿨버그 대표. 아르텍 의자와 유리 화병은 소비자들에게 평생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아르텍
아르텍의 미르쿠 쿨버그 대표. 아르텍 의자와 유리 화병은 소비자들에게 평생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아르텍
핀란드 가구회사 ‘아르텍’의 미르쿠 쿨버그 대표를 만나기 위해 헬싱키 본사를 방문하자, 그는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모델 No.41’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의자는 저의 개인 역사를 대변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거실에는 이 의자가 있었죠. 할머니가 앉아 뜨개질하던 이 의자에서 훗날 제가 조카들에게 책을 읽어 줬습니다. 이 의자는 핀란드의 국가적 유산입니다.”

알바 알토는 1935년 디자이너였던 첫 번째 아내 아이노 알토와 함께 아르텍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0주년을 맞아 라텍스와 등나무를 구부려 만든 ‘S 의자’로 유명한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 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쿨버그 대표가 ‘국가적 유산’으로 평가한 ‘모델 No.41’의 특징은 적층곡목기법으로 불리는 획기적인 기술. 목재를 가리켜 ‘지극히 인간적인 소재’라고 했던 알토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나무를 ‘성형’했다.

핀란드 자작나무를 3mm 두께로 잘라 여러 장 겹쳐 구부린 이 의자는 좌우 측면의 팔걸이 겸 다리를 이음새 없이 몸체에 고정시켰다. 목재에서 얻어지는 자연의 느낌과 인간적 온화함이 함께 전달되는 디자인이다. 알바 알토가 만든 ‘모델 No. X601&X600 팬랙’ 스툴 모서리와 다리 이음새의 곡선은 마치 한 그루의 살아 있는 나무 같다.

그가 디자인한 ‘사보이’라는 이름의 유리 꽃병은 또 어떤가. “세계를 가장 바람직하게 규격화시킨 구조는 자연 그 자체”라고 말했던 그는 핀란드 피오르 해안의 형태를 꽃병에 옮겼다.

아르텍은 알바 알토가 1930년대 디자인한 의자와 유리공예 제품을 지금도 판매한다. 35개국에 판매망을 지닌 아르텍의 지난해 매출은 120억 원.

쿨버그 대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야말로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며 “‘아르텍’ 제품을 구입하면 평생 자부심을 갖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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