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선생, 만주국 창건 기념곡 작곡-지휘

  • 입력 2006년 3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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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安益泰·1906∼1965·사진) 선생이 일본이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을 기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이를 만주국 창설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직접 지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어로 ‘만주국(Mandschouti-kuo)’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곡에는 애국가가 수록된 ‘한국환상곡’(1938년)의 선율 일부도 사용됐다.

이 같은 주장은 독일 베를린에 유학 중인 송병욱(39·훔볼트대 음악학 석사과정) 씨가 최근 독일연방문서보관소 산하 필름보관소에서 찾아낸 베를린방송악단의 1942년 연주 실황을 근거로 제기한 것이다.

송 씨는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연주회가 열린 옛 베를린 필하모니 홀 무대에는 대형 일장기가 걸려 있었고 프로그램과 화면에 작곡가가 안익태 선생이라고 표기돼 있다”며 “‘만주국’의 연주를 들어 보면 ‘한국환상곡’의 선율 중 ‘삼천리 금수강산 길이 빛나라’와 ‘영광의 태극기’ 두 대목의 모티브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송 씨는 “1942년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만주국 사절단이 안 선생에게 작곡을 위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안익태 선생이 독일에 머물렀던 1938∼44년의 행적을 연구해 온 송 씨는 안익태 선생이 당시 독일 주재 일본인 외교관 이하라 고이치의 집에 머물렀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송 씨는 “안익태 선생이 은사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보낸 편지에 적힌 주소가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일본인 고위 외교관의 집이라는 사실을 베를린 시 관계당국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하라 고이치는 교향곡 ‘만주국’의 작사자로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송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국내 관련 학자들은 “그간 연구의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안익태 선생의 유럽 체류 시절을 밝히는 중요한 1차 자료가 발굴됐다”고 평가했다.

안익태 전기를 쓴 전정임(田靜任) 충남대 교수는 “안익태 선생 유족이 안익태기념재단 측에 넘겨 준 악보들을 검토했지만 교향곡 ‘만주국’의 악보나 이에 관한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안익태 선생은 생전에 ‘내가 음악을 하는 목적은 인류 화합과 조국을 위해서’라고 얘기했고, 일제강점기에 애국가를 작곡한 민족의식을 가진 분이니만큼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친일 여부를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익태기념재단의 김형진(金亨珍)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안익태 선생의 공과를 모두 짚어 보기 위해 11월경 학술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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