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파문… 요동치는 MBC]“잇단 事故에 영향력 추락”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코멘트
시민단체 “책임자 처벌하라”국민행동본부, 자유넷,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사옥 앞에서 PD수첩의 황우석 교수팀 취재 과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PD수첩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강병기 기자
시민단체 “책임자 처벌하라”
국민행동본부, 자유넷,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사옥 앞에서 PD수첩의 황우석 교수팀 취재 과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PD수첩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강병기 기자
《MBC가 PD수첩 취재팀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 협박 취재 파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5일 간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습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노동조합도 이날 회의를 열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

MBC 내부에는 “회사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올해 잇단 사고로 공식 사과를 7번이나 한 데 이어 이번 사태가 터지자 조직에 결정적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 소재 논란=MBC는 “MBC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PD수첩이나 뉴스데스크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점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CBS가 1일 실시한 지상파 TV의 영향력 여론조사에 따르면 KBS 53%, MBC 18.7%, SBS 7%로 나타나 MBC의 영향력이 KBS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최문순(崔文洵) 사장의 거취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최 사장이 ‘MBC 개혁’을 내걸고 4월 취임했지만 이후 내부가 변화하고 매체 영향력이 확대되기보다는 시청률 하락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았던 만큼 이제는 뭔가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사내 통신망에도 5일 ‘사장 책임’을 논하는 글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기 전에 하루빨리 ‘담당자 징계, PD수첩 폐지, 사장 등 임원들이 책임지는 모습’ 등 가시적이고 획기적인 후속조치를 취해야 MBC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선(先)사태 수습, 후(後)거취 결정’을 주장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MBC가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 빠진 만큼 경영진이나 노동조합에만 맡겨 놓지 말고 ‘사원총회’를 열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일 열린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긴급간담회에서도 사장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PD수첩 후속방영을 너무 빨리 유보해 진실 규명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등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사교양국 소속 PD 50여 명은 이날 모임을 갖고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PD수첩이 해 온 진실 추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담당 국장이 프로내용 모르는 경우도”▼

▽무너진 게이트키핑 기능=MBC 안팎에서는 PD수첩팀의 취재윤리 위반은 게이트키핑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PD수첩팀이 강압적인 취재를 했다는 지적은 이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브리핑 기고 때도 공개했고 황 교수팀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온 사안. 그러나 PD수첩팀이 “별 문제 없다”고 보고하는 바람에 담당인 시사교양국장도 진상을 파악하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PD수첩이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보도국과는 달리 소규모 팀으로 운영되는 제작국 시스템에서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 프로그램에선 방송 10분 전에 테이프를 넘겨 국장도 어떤 내용이 나가는지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인사 기조가 무너진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차장급에서 갑자기 사장이 된 최 사장이 개혁성을 내세워 노조 출신을 중용하고 간부들의 연조를 대폭 낮추는 등 ‘코드 인사’를 하면서 직원들을 조율하고 실무를 챙길 ‘허리’가 사라져 초래된 인재(人災)라는 것.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대선자금 X파일 사건 때도 보도국장이 제대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정부 등 외부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방송의 자율성을 주장해 왔는데, 이제는 자율성에 안주해 스스로를 검증하는 기본 윤리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2005년 MBC 대국민 사과 방송 일지

1월 7일=‘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신강균 앵커, 이상호 기자 등이 명품 가방 수수.

6월 18일=‘파워TV’의 ‘극기지왕’ 1박 2일 동안 촬영한 것을 2박 3일로 편집.

7월 30일=‘음악캠프’ 생방송 중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가 바지를 벗고 알몸을 노출.

8월 16일=중국 영화의 한 장면을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기록 화면인 것으로 보도.

8월 21일=검찰 수사 중이던 ‘검·경·언 로비의혹 사건’ 관련 기자 등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음.

10월 3일=경북 상주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요 콘서트’ 녹화장에서 11명 압사 사고 발생.

12월 4일=‘PD수첩’팀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