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26일]‘나비’ 외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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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나비

김정은이 주연을 맡고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영화 전문가들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 수준이었고 제대로 된 리뷰 기사도 없었지만, 누리꾼 평가는 의외로 높은 이 작품은 솔직히 대중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영화에 관심이 좀 있는 관객에게는 강혜정 김호정이 주연했던 ‘나비’로 착각될 만한 작품이다. 필자만 해도 그랬다. 그러고 보니 2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서랍 속에 완전히 매장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2005년도에 다시 본 김현성 감독의 ‘나비’는 여러모로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는 일단 ‘나비’가 정치적 격동기였던 1980년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관련된다.

올해도 ‘소년, 천국에 가다’나 ‘사랑해, 말순씨’처럼 80년대를 일상의 미시사로 구체화하는 데 성공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말이다.

김현성 감독의 ‘나비’는 80년대의 정치 역사적 순간들을 짚어 나간다. 삼청교육대, 요정, 정치 깡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시대적 상처의 세목을 보여 준다.

문제는 80년대를 멜로의 코드로 녹여 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령의 여자인 은지는 민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산골까지 따라오고, 작렬하는 포탄 앞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비’는 억지와 과장을 넘어 코미디에서 풍자로, 풍자에서 멜로로 종잡을 수 없는 장르의 비약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실미도’를 방불케 하는 삼청교육대의 재현이나 총격신은 눈길을 끈다.

★★☆(만점 별 5개)

◆후아유

인터넷 사이버 스페이스만큼 세월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는 공간이 있을까? ‘후아유’는 아바타를 통한 인터넷 채팅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젊은 세대의 감성을 그려 낸 영화이다. ‘채팅에서는 왕자였는데 만나 보니 형편없더라’와 같은 경험담이 넘쳐나던 당시, 아바타라는 소재를 분리된 정체성,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괴리 문제로 심화했다. 이나영과 조승우의 풋풋한 매력만으로도 시간을 투자할 만하다.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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