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분담 50대50 고집마세요…부부갈등 대처법 다룬 책 나와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코멘트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최병걸(33·방사선과 의사) 유미나(33·물리치료사) 씨 부부는 14개월 된 아기를 놀이방에 맡기고 있다. 퇴근 때 유 씨가 아기를 데리러 가고 최 씨는 할인점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 온다. 그 다음이 문제다. 아기를 꼭 안고 현관에 들어선 유 씨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신발 벗는 곳에 내던져진 비닐봉투 더미와 맥주 캔을 들고 거실 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편의 푹 퍼진 모습이다. ‘장을 봐 왔으면 최소한 부엌까지라도 갖다 놓아야 할 것 아니야?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양복은 누가 치우라고! 아이는 나 혼자 낳았나?’》

가사 분담은 아직까지 부부 사이의 주된 갈등 사유.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는 최근 출간한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해냄)에서 결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부부 갈등에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사 분담, 50 대 50은 철칙이다?

가사 분담이 갈등이 되는 진짜 원인은 ‘해석의 차이’다. 여자는 남편이 집안일 도와주는 것을 ‘사랑의 표시’라고 해석하고, 남자는 ‘그냥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내는 ‘가사 분담=사랑’이라는 공식과 ‘여자가 일하면 마땅히 남자도 가사를 나눠야 한다’는 논리를 버려야 한다. 대신 남편이 해주기를 원하는 일을 명료하게 요청한다.

○못된 여자가 더 잘 산다?

남자들은 원래 철이 늦게 들기 때문에 아내의 목소리가 커야 집안일이 잘 풀린다는 것이 속설. 그러나 부부 싸움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거칠고 공격적으로 나오면 남자들은 혈압이 치솟고 호흡이 가빠지는 ‘이성마비 상태’에 빠진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다툴 일이 생기면 아내 쪽에서 먼저 목소리 톤을 낮추고 부드럽게 말을 꺼내야 남편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야 말이 ‘먹힌다’.

○부부는 기호까지 닮아야 잘 산다?

“둘 다 영화광이에요”라고 말하는 부부가 있다. 그러나 부부의 공동 취미생활은 결혼 행복도와 별 상관이 없다. 대신 한쪽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쪽이 인정해 주느냐 아니냐에 좌우된다.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행복한 결혼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섹스 없는 부부도 잘 산다?

성적인 접촉은 부부를 친구나 친지 등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 짓고 특별한 정서적 친밀감을 지속시켜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할 경우 부부는 심적 에너지의 10%만 들여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만 섹스 트러블이 생기면 심적 에너지의 90%를 소모하고도 서로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