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검사요? 난 경찰이오!…영화 속 형사들 ‘이미지 업’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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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증거입니다.”(형사) “이거 갖고는 위험해요. 다시. 면밀히, 세밀히, 정확히 증거 수집해 올리세요.”(검사) “일단 구속부터 시키죠.”(형사) “또 뜬 구름 잡으려고 하시네. 정 진행하고 싶으면 강력반 단독으로 불구속 수사하세요.”(검사) “그 작자, 혐의만 100건이 넘습니다. 지금은 마약 밀매까지 합니다.”(형사)

정의감에 불타는 강력반 형사는 조폭 두목을 잡지 못해 안달이다. 반면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는 끝까지 불구속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 검사, 이상하다. 형사가 돌아간 뒤 악당 두목의 오른팔인 악덕 변호사의 전화를 받은 검사는 전화기에 대고 급기야 이런 말까지….

“흐흐. (사법연수원) 동기끼리 그 정도 못 해주겠어.”

검사는 악당 두목의 비호 세력이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다. 분노한 형사가 퇴근하던 검사 앞에 복면을 쓰고 나타나 검사를 흠씬 두드려 팬다.

다행히도, 현실이 아니라 다음달 10일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 속 얘기다. 경찰조직에 잠입한 깡패 출신 형사가 결국 정의를 실현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는 검사와 형사의 팽팽한 대립에 그치지 않고 ‘검사는 악(惡), 형사는 선(善)’이라는 도식이 지배하고 있다.

이걸 갖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경 갈등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이 ‘검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요즘의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현재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도 검사와 형사는 매번 날카롭게 대립한다. 여기선 일이 아니라 여자, 그것도 대통령의 딸을 두고서다. 최 형사(김주혁)는 연적(戀敵)인 지 검사(김민준)가 툭하면 반말을 하자 “당신 계급장 떼고 나 알아? 왜 꼬박꼬박 반말이야”라며 쏘아붙인다. 지적이고 집안 좋고 ‘젠틀’하기까지 한 지 검사는 검찰과 경찰의 지위 관계를 친절히 정리 요약해 이렇게 밑줄 그을 만한 한마디까지 던져 준다. “이제부터 최 경사에게 존대를 하려고 해. 검찰은 경찰 위에 있지 않아.”

영화 ‘넘버3’(1997년)를 기억하는가. 정의감에 불타는 행동파 검사 마동팔(최민식)은 “×같은 깡패 새끼들!”이란 외마디와 함께 악당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렸다. 올해 1월 개봉했던 ‘공공의 적 2’는 또 어떤가. ‘꼴통’ 검사 강철중(설경구)은 “대한민국 검사의 길” 운운하며 악당을 집요하게 쫓는다.

하지만 요즘 영화 속 검경은 그 이미지가 역전됐다. 지난달 말 개봉돼 한 달 가까이 롱런하고 있는 한국영화 ‘강력 3반’에서는 박봉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바야흐로 ‘이미지 다운’되는 검찰에, ‘이미지 업’되는 경찰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최진원 감독은 “일선 형사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이 열심히 수사해도 기득권을 가진 검사가 ‘불구속’을 결정하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검경 갈등 문제와도 맞닿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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