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몽골 옹곤 무덤7基 칭기즈칸 시대것 확인”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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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동몽골 유적에서 발굴된 유골. 800년 전의 유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 상태가 좋다. 사진 제공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칭기즈칸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동몽골 유적에서 발굴된 유골. 800년 전의 유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 상태가 좋다. 사진 제공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2006년은 칭기즈칸(1162∼1227)이 원나라를 건국한 지 800주년이 되는 해. 칭기즈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무덤은 물론, 그의 뒤를 이었던 원나라 16명 황제의 무덤은 모두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도굴을 염려해 매장장소를 비밀에 부치고, 지상에도 무덤을 상징하는 어떤 건축물도 남기지 않는 관습 때문이다.

몽골국립대 아시아연구센터는 작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1500km 떨어진 동몽골의 옹곤 지역에서 7기의 무덤을 발굴했다. 지금까지 3구의 인골, 말 머리뼈, 옷감, 목재 관, 말안장, 장신구와 같은 다량의 유물이 함께 발굴됐다. 이중에는 칭기즈칸 왕족의 상징무늬였던 송골매 무늬가 새겨진 반지가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칭기즈칸 왕족 무덤이라고 주장하는 발굴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인골과 장신구가 출토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들 유골과 유물의 연대를 추정한 결과 칭기즈칸이 활약하던 12∼13세기경으로 밝혀졌다. 또 옹곤 지역은 칭기즈칸 처가의 고향이다. 세계 고고학계를 흥분시킬 만한 발굴성과였다.

이번 발굴조사를 후원한 고려대 한국학연구소는 25, 26일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칭기즈칸 시대의 유물 발굴 현황과 의미’라는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이번 발굴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몽골국립대의 나반, 투멘, 에데네 교수가 유적 발굴현황에 대해 발표를 하고 국내에 이들 유골과 유물의 샘플을 들여와 정밀 분석한 국내학자들의 조사결과도 발표된다.

김종찬(물리학) 서울대 교수는 가속기 질량분석법으로 유골과 유물 연대를 측정한 결과, 모두 12∼13세기 것으로 확인됐으며 유골 중 2구는 1200년경의 사람이고 1구는 이보다 30년가량 늦은 시기의 인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한겸 고려대 의대 교수는 1번 무덤의 주인이 40, 50대의 나이에 사망한 여성이며 질병의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만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또 8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잘 보존된 핵과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여자의 유전자가 현재 만주에 거주 중인 소수민족의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조법종(사학) 우석대 교수는 매가 동북아시아 공통의 국가적·종교적 상징물이라는 점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한다. 조 교수는 △매사냥이 고구려벽화의 단골소재 중 하나이고 △백제의 국호 중 하나가 매를 뜻하는 응준(鷹準)이며 △송골매가 칭기즈칸 출신족의 상징물이자 그를 위험에서 구해준 신성한 존재라고 밝혔다.

이 밖에 칭기즈칸 시대 몽골의 이념과 사회운영구조, 몽골의 대표적 영웅서사시로 아시아의 3대 영웅서사시로 꼽히는 ‘장가르’와 한국 영웅서사시의 비교, 중국 대륙에 남아 있는 600만의 몽골 후손에 대한 연구도 발표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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