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윤리논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힘 보태자”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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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올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억 원을 지원한다.

서울대교구는 3일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며 “과학과 윤리의 조화를 위해 인체에 이미 존재하며 안전하게 분화하는 줄기세포인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5일 서울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선포하는 생명위원회 발족식을 가지고 100억 원 지원을 위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지원사업’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또 이날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탯줄에서 뽑은 성체줄기세포로 치료받고 상태가 호전된 척수 손상 환자의 동영상을 5분가량 공개하기로 했다.


천주교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규모 연구비를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이 연구가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 팀이 연구하는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생명윤리적인 문제를 비켜갈 수 있는 데다 실용화 단계에 가까이 있어 난치성 환자의 치료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지원은 황 교수 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윤리적 측면에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 천주교와 병의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톨릭대 중앙의료원 세포치료사업단 오일환(吳一煥) 교수는 “현재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가톨릭 신자들이 줄기세포에 대한 정부의 균형적 지원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성금을 모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관계자는 “가톨릭중앙의료원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도 지원한다”며 “또 생명위원회를 더욱 발전시켜 국제 수준의 성체줄기세포 학술원 발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일 소개될 동영상에는 4년 전 척수 손상 때문에 하지 및 허리 부위가 마비된 권모(43) 씨가 손상된 척수에 성체줄기세포가 주입된 뒤 현재 허리에 힘이 생기고 다리에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권 씨를 치료하고 있는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全信秀) 교수는 “탯줄에서 뽑은 줄기세포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환자의 증세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성체줄기세포는 태반에서 추출한 탯줄혈액(제대혈), 골수, 간, 췌장 등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난자나 수정란을 이용한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인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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