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세월이 반짝이는 고귀한 보석 ‘앤티크 주얼리’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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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역사와 기품을 간직하고 있는 앤티크 주얼리 작품들. 보석마다 소장가들의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당대의 역사와 기품을 간직하고 있는 앤티크 주얼리 작품들. 보석마다 소장가들의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될 때 자기 모습이 새겨진 ‘카메오(Cameo·돋을새김을 한 보석)’를 몸에서 떼놓지 않았다.

앞면에는 다이아몬드로 세팅된 월계수를 쓴 나폴레옹의 얼굴이 있고, 뒷면에는 이집트 신전에 사용돼 ‘고귀한 보석’으로 불리는 라피스라즐리 금으로 조각된 독수리가 세팅돼 있다. 이 보석은 지름 5cm 남짓한 크기다.

나폴레옹의 권력과 영화를 상징하는 이 카메오는 현재 일본의 한 소장가가 지니고 있다. 한 사업가가 수십억 원을 들고와 이를 사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는 ‘앤티크 주얼리(Antique Jewelery)’에 얽힌 유명한 일화다.

앤티크 주얼리는 만든 지 100년이 넘은 보석 장신구 공예품을 가리킨다. ‘장식 미술품(Decorative Arts)’의 한 분야로 인정받아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도 적지 않다. 요즘에는 1930년대 작품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앤티크 주얼리’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람’의 송경미(31) 대표를 만나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송 대표는 “앤티크 주얼리의 매력은 현재 재현하기 어려운 장인의 기술로 만든 단 ‘하나’의 작품이라는 희소성과 질리지 않는 은은함에 있다.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브랜드 주얼리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 애증의 역사를 담은 앤티크 주얼리

이 갤러리에서 소장 중인 빅토리아 시대의 ‘로켓 펜던트’는 요즘은 구하기 어려운 천연 진주와 당시 세공 기법인 ‘로즈 커트’ 방식의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작품이다. 주로 사진을 넣었지만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넣기도 했다. 가격은 2000만 원 수준. 1990년대 후반 송 대표가 영국 유학 시절 마음에 뒀다가 2001년 갤러리를 열면서 사들인 작품이다.

1925년 영국에서 제작된 ‘조지안 골드 다이아몬드 브로치 펜던트’는 가는 실처럼 뽑아낸 금을 하나하나 꼬아서 만든 것으로 금속 세공 기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직 정해진 가격은 없다.

앤티크 주얼리에는 지나온 세월의 무게만큼 다채로운 인간의 애증과 역사가 배어 있다. 개인 컬렉션에 포함돼 있어 실물을 보기는 어렵지만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빅토리아 여왕의 에메랄드 티아라(Tiara·여성용 머리 장신구). 남편인 앨버트 공이 여왕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디자인했다.

전설적인 주얼리 디자이너로 유명한 프랑스 르네 랄리크의 20세기 초기 작품인 ‘잠자리 티아라’는 곡선을 활용한 ‘아르 누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모티브인 잠자리를 에나멜과 다이아몬드로 신비하게 연결했다.

이처럼 소장자나 디자이너가 유명인일 경우 앤티크 주얼리의 가치는 크게 올라간다.

○ 앤티크 주얼리 숍의 풍경

직원의 안내를 받아 보안장치를 열고 들어간 갤러리 ‘람’의 수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송 대표가 주얼리를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전시나 고객과 상담이 없을 때는 안전을 위해 은행 금고에 보관한다.

이 갤러리에서는 1년에 4차례 영국 런던 등 해외 유명 주얼러의 작품을 위탁 판매하거나 새로 사들인 작품 60∼70점을 선보인다.

송 대표의 고객 리스트에는 약 400명이 올라 있다. 이 중 남성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 50, 60대 여성이 자주 찾지만 30대 후반 전문직 여성이 1000만 원대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고가(高價)의 작품이기 때문에 단체 손님을 빼면 고객이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꺼린다. 또 주얼리에 대한 깊이 있는 상담을 위해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앤티크라고 해서 모두 고가인 것은 아니다. 20만 원대에서 시작해 몇 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은 다양하다.

송 대표는 “앤티크 주얼리가 고가 사치품으로만 인식되는 게 안타깝다”며 “앤티크 주얼리를 갖는다는 것은 그 시대의 역사와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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