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섭옹 “학문의 길 끝이 없다”…80여년 기록 문집 발간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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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기와 작품을 엮은 문집을 발간한 안상섭 옹이 23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일동면 효양재에서 “주자와 안향 선생을 모신 영정 앞에서 매일 예를 올리며 나를 반성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포천=이동영 기자
일대기와 작품을 엮은 문집을 발간한 안상섭 옹이 23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일동면 효양재에서 “주자와 안향 선생을 모신 영정 앞에서 매일 예를 올리며 나를 반성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포천=이동영 기자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금운 안상섭(錦雲 安商燮·91) 옹은 지금도 오전 5시에 일어나 주자와 안향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을 참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안 옹은 최근 한시(漢詩)와 송수시(頌壽詩), 만사(輓詞), 기타 편지와 잡문, 상량문 등 수천 가지에 이르는 자신의 한문 작품을 일대기와 함께 엮은 ‘금운연지(錦雲年誌)’ 속편을 발간했다.

속편에는 2001년부터 올해 초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전에 발간된 연지는 안 옹이 출생한 1914년에서 그 이후 크고 작은 가족사와 사회의 변동, 배움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효심, 배움을 실천한 과정 등이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원본은 한자로만 출간됐으나 보급을 위해 한글 번역본도 발간했다.

안 옹은 이런 기록을 10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1919년 3월에는 ‘아버지를 따라 만세를 불렀고… 어른들은 피신했고 나는 태극기를 들고 괴목 위에 숨었다가 낙상을 입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1931년에는 일본 경찰에게 삭발을 당해 크게 항의했다는 기록도 있다.

삼성고전연구소 남구복(南九福·86) 소장은 “한학자가 개인문집을 발간하는 것은 흔하지만 개인의 역사를 작품과 엮어낸 연지는 처음 접했다”며 “일기 형식이면서 주요한 일에 대한 식견을 담아낸 뛰어난 한문 문학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또 후학들이 안 옹의 강연 내용을 테이프와 CD에 담아 영구히 그의 가르침을 남기게 됐다.

1971년 9월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을 담은 시를 써 당시 발행되던 신아일보에 게재됐고, 2002년 월드컵 때도 각 경기를 관람한 느낌을 한시로 기록했다. 안 옹은 “학문의 길은 끝이 없는 것이고 유학은 인간의 도리를 익히고 실천하는 데 필요한 학문”이라며 “계속 공부하면서 올바른 삶의 자세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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