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적 포기 재일교포 3세 성애순씨 9일 첫 창작공연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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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신의 첫 창작 전통무용 공연을 여는 재일본 한국인 3세 성애순 씨. 이번 공연은 3년여간 한국 유학의 결정체다. 박영대 기자
국내에서 자신의 첫 창작 전통무용 공연을 여는 재일본 한국인 3세 성애순 씨. 이번 공연은 3년여간 한국 유학의 결정체다. 박영대 기자
“춤을 추기 위해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에서 자신의 첫 창작 전통무용 공연을 여는 성애순(成愛順·30) 씨에게 이번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재일한국인 3세로 3년 넘는 한국 유학 생활 끝에 내놓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9세 때부터 총련계 민족학교 계열의 강휘선조선무용연구소에서 11년간 춤을 배웠어요. 그러다 1995년 한국 전통 무용인들의 춤을 보고 ‘같은 전통춤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진짜’ 전통춤을 추려면 한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조선국적자인 성 씨에게 한국은 먼 나라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넘어간 한국인들의 상당수는 나라가 없어진 뒤에도 조선국적을 유지했다. 2000년 7월 임시 여권으로 한국에 온 성 씨는 한국 국적을 받아 공부하기 위해 출생신고부터 다시 해야 했다. 국적 변경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2002년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에 입학한 성 씨는 자신보다 7, 8세 어린 동료들 사이에서 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오로지 춤에만 몰두했고 그런 노력 덕분에 1등에게만 주어지는 학교 전액 장학금을 세 차례나 받았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선생님들이 ‘네 춤에는 일본과 북한풍이 섞여 있다’고 할 때는 ‘아무리 해도 안 되나’ 하는 절망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것이 재일본 한국인 무용인의 색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성 씨에 따르면 북한 전통춤은 외형의 아름다움과 경쾌함을, 한국 전통춤은 내면의 깊이와 느림을 추구한다고.

승무, 태평무, 장구춤, 오고무(五鼓舞)로 이뤄지는 70분 남짓한 이번 공연의 제목은 ‘전통춤의 그림자를 밟아보다, 해(海)류(流)궁(宮)’. 제목에도 춤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성 씨의 고민이 녹아있다.

“처음에는 4년 정도 배우고 일본에서 활동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4년 갖고 무슨 전통춤을 배우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까지 가서 더욱 깊이 있는 춤을 춰보고 싶습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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