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같은 아파트… “마음까지 정갈”

  • 입력 2005년 1월 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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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방에서 책을 읽는다. 나무냄새 향긋한 우물마루에 한지로 도배한 방에서 책을 마주하니 조선시대 선비가 따로 있을까. 손성빈 씨는 '한옥이 불편하기는커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새해 새방에서 책을 읽는다. 나무냄새 향긋한 우물마루에 한지로 도배한 방에서 책을 마주하니 조선시대 선비가 따로 있을까. 손성빈 씨는 '한옥이 불편하기는커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H 빌라에 사는 장명희 씨(50·여)는 새해를 맞아 큰아들의 방을 한옥 분위기가 물씬 나게끔 확 바꿨다. 지난해 취직한 아들 손성빈 씨(26·스포츠마케팅업체 IMG코리아 팀장)에게 ‘격’이 있는 생활공간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 “아이가 학교 다닐 때는 편안함과 효율성을 살린 방을 선호했어요. 그러나 사회에 발을 디딘 만큼 의미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들 모자가 생각한 공간은 옛 선비들의 생활공간인 ‘사랑방’ 개념이다. 겨우 6평짜리 ‘공사’였지만 주말에만 작업을 해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먼저 카펫을 걷어내고 원목으로 우물마루를 깔았다. 나무의 편안한 색깔이 방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카펫에서 나는 먼지에서 해방되는 것만도 큰 수확이었다.

베란다 쪽 바깥 유리문은 그대로 두고 안쪽만 창호지로 마무리한 4분합문으로 교체했다. 역시 먼지가 많이 끼는 커튼은 떼어 버렸다. 아주 춥지 않으면 바깥 유리문을 열어놓는다. 커튼이 없어도 강한 햇빛이 창호지를 통과하면서 은은해진다. 유리로 꽉 막혀 들어오지 못했던 신선한 공기는 덤이다.

거실로 통하는 문은 한식 여닫이로 하고 금속 고리 손잡이를 달고 창호지를 발랐다. 여닫이문 맞은편에 4분합문을 달아 한 평 남짓 반침을 들였다. 옷가지와 책들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이 생겼다.

기존 침대의 머리판을 떼어내고 매트리스를 걷어냈다. 그 대신 천연염색한 천으로 감싼 목화솜 요와 이불을 깔았더니 훌륭한 침상으로 바뀌었다(사진).

고가구인 개성식 각깨수리장 위에 걸어둔 수예작품은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새해선물. 떠오르는 해와 물고기를 수놓은 작품이다. 장 씨는 “사회에 막 나간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얼마 전 손 씨의 중학교 붓글씨 선생님이 선사한 ‘운중백학(雲中白鶴)’이란 글씨와도 잘 어울린다.

손 씨는 “한옥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나무와 종이, 자연섬유같이 천연재료를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몸이 편하고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내디자이너 남숙현 씨(시원 대표)는 “주된 주거공간이 아파트가 돼 버린 현실에서 생활공간만이라도 한옥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 하는 주부가 많다”며 “특히 한옥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참살이(웰빙)와도 통한다”고 지적했다.

18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온 장 씨는 “무조건 베란다를 터 공간을 넓히느라 애쓰기보다는 공간을 필요에 따라 가꾼다는 생각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다듬으면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쉽게 할 수 있는 한옥인테리어▼

○ 벽과 천장, 장판=한지는 서울 인사동 지엽사나 대형 지물포에서 구입한다. 풀을 쑤어 밝은 색 한지로 벽과 천장을 바른다. 장판지로는 각장지를 사용하는데 여러 장의 한지를 발라도 된다. 장판한 뒤에는 콩댐을 한다. 콩댐은 불린 콩을 갈아 만든 액체를 여러 번 덧바르는 것이다. 화학칠과는 달리 윤과 빛이 자연스럽고 몸에도 좋다.

고수익 씨·한지전문가

○ 창호=바깥 유리창문은 그대로 두고 안쪽 유리창문은 떼어낸 뒤 창호지를 바른 창문을 단다. 이때 창호지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명장지를 바른다. 방문은 미닫이로 할 경우 두 겹으로 달아 방음이 가능하도록 한다. 여닫이로 할 경우에도 창호지로 마무리한다. 이때 창호지는 맹장지를 바른다. 마지막으로 손잡이로 쓸 금속 고리를 단다.

심용식 씨·창호소목장·성심예공 대표

○ 가구=한식 소품만 잔뜩 쌓아놓으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옛 살림살이 느낌이 묻어나는 고가구를 한두 개 잘 선택한다. 고가구는 가로가 긴 궤와 층으로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나뉘는데 아파트는 건조하고 덥기 때문에 장은 뒤틀리기 쉽다. 따라서 두툼한 궤가 낫다. 궤는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어 옷이나 책의 수납공간으로 그만이다.

정대영 씨·고가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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