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현대미술 제대로 맛볼까…빅3 해외거장展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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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술계에서는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토마스 루프, 에바 헤세 등 굵직한 거장들의 국내전이 잇따랐다. 연말을 맞아 이 같은 해외작가 전시 붐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 미술의 주류로 꼽히는 시그마 폴케(63), 제니 홀처(54), 로버트 인디애나(76) 전이 한꺼번에 열린다. 다양한 재료를 캔버스로 끌어들인 특이한 회화에서부터 알록달록한 조명 설치작, 화려한 알루미늄 조각 등 장르도 다양해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 시그마 폴케“내 회화에 한계는 없다”

폴케는 지난해 독일 경제지 카피탈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생존 미술가 100인’ 중 1위를 차지한 작가다. 2위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가로 5m, 세로 3m의 대형작품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2002년·사진)은 최근 영국 테이트 모던 전시 도록 표지에 나왔던 대표작. 투명 천 위에 레진(실리콘의 일종)을 부어 나무틀까지 비칠 정도로 투명한 캔버스에, 텍사스의 한 신문에 실린 실내 사격연습장 이미지를 차용해 그려 넣었다. 미국 총기 문화에 비판을 가한 사회적 주장을 담기도 했지만, 레진이라는 화학물 위에 손으로 그린 회화를 접목해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함께 등장하는 20여 점은 폴케가 이번 한국전을 위해 직접 골랐다고 한다. 내년 3월 31일까지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 갤러리. 041-551-5100

○ 제니 홀처“전광판은 빛이 쓴 예술”

홀처는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상, 올해 미국 공공미술 네트워크상을 수상한 여류작가. 그의 작품은 ‘전광판으로 읽는 시(詩)’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란한 문자 미디어를 선보인다. 포스터, 티셔츠, 전광판 등에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자유는 사치일 뿐 필수는 아니다’ 등 함축적인 짧은 문장을 표기했다. 짙은 호박색, 깊은 푸른색, 빨강과 핑크까지 색색의 전광판 글씨가 깜빡이는 전시장은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로로 길쭉한 푸른색 발광다이오드(LED)판 6개를 비스듬히 세운 ‘블루 틸트(Blue Tilt)’, 자그마한 91개의 아름다운 LED 사인들이 저마다 반짝이는 ‘미니 매트릭스’(사진)에 대해 작가는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나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삶을 비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제 갤러리. 02-735-8449

○ 로버트 인디애나“문자 숫자 간결미 보라”

전시장은 빨강 파랑 노랑 보라 등 화려한 색깔로 입혀진 문자와 숫자 알루미늄 조각 작품들로 가득하다. 1∼9의 대형 숫자를 하나씩 세워 놓은 작품도 있고 ART(아트)나 LOVE(러브·사진) 같은 글자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세워 놓은 설치품도 있다.

미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로 불리는 인디애나의 작품들이다. 부피감이 느껴지면서도 날렵한 게 특징인 그의 작품은 숫자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 1은 탄생, 2는 어린 시절, 3은 유년기, 0은 죽음을 상징한다. 대표작 ‘LOVE’에서 O자는 약간 삐뚤어져 있는데 역동감을 주려는 작가의 치밀한 의도에 따른 것이다. 내년 1월 16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 02-734-6111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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