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동아신춘문예’ 小說823명 詩998명 응모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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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앞에 모인 예심위원들. 왼쪽부터 반칠환 박형준 신수정 조경란 심상대 김연수 윤성희 함정임 씨. 전영한 기자
수북이 쌓인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앞에 모인 예심위원들. 왼쪽부터 반칠환 박형준 신수정 조경란 심상대 김연수 윤성희 함정임 씨. 전영한 기자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투고된 응모작 심사가 한창이다. 중편소설 등 총 9개 부문의 응모자는 2486명. 내용적으로는 외국을 배경으로 한 ‘국제성’,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기보다는 나의 실존적 자화상을 응시하는 ‘개인성’의 경향이 컸다. 올해는 온라인 투고를 폐지하고 우편으로만 응모작을 접수했다.》

올해 중편소설의 응모자는 298명(2004년 333명), 단편소설 525명(2004년 778명), 시 부문에 998명(2004년 1391명)이 응모해 소설과 시 3개 부문에서 응모자 수가 완만하게 감소했다. 시조 희곡 시나리오 아동문학의 경우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눈에 띄게 대조되는 양상은 영화평론의 완만한 성장과 문학평론 응모자의 격감이다. 영화평론의 경우 2003년 25명, 2004년 30명에 이어 2005년 응모자는 36명이었다. 그러나 문학평론의 경우 2004년 26명이었던 응모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명이 응모했다.

중편과 단편소설 예심위원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여행이 소재가 된 응모작이 몇 년 새 많이 늘었는데 올해는 아예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이 배경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예심을 맡았던 소설가 윤성희 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배경의 국적을 알 수 없는 소설들도 보였고, 사이버공간이나 미래 세계를 다룬 작품도 있었다”며 “공간이 확장되니 주인공의 범위도 외국인, 혼혈아, 사이보그, 미래형 인간 등으로 넓어졌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이름을 아이디가 대신한 경우도 많았다. 단편소설 예심을 맡은 조경란 씨는 “동물이나 사물에도 생명을 부여하고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주제를 다루는 노력들이 늘어난 반면 실업자 소설이나 성애 소설이 줄어든 점은 돋보이는 경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편소설 예심을 맡았던 문학평론가 신수정 씨는 “경찰이나 기자가 나오는 ‘사건형’, ‘취재형’ 소설들이 부쩍 늘었다”며 “본격소설과 대중소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나의 초상(肖像)’을 들여다보려는 경향은 시에서 두드러졌다. 예심을 맡은 반칠환 시인은 “정치 경제적 소재보다 삶이 주는 피폐함 속에 내면의 불씨를 살리려는 시가 많았다”며 “한편으로는 허무주의나 나르시시즘, 다른 한편으로는 의욕적인 상상을 통해 자화상을 노래하는 시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시인은 “현실과의 치열한 대결 의식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적었다”며 아쉬워했다.

이 같은 비판은 소설 분야에서도 나왔다. 단편소설 예심을 본 소설가 심상대 씨는 “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세계, 그 속의 서사구조가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독백체의 소설에서는 독백으로 어떻게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지 응모자들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문(非文)이나 악문(惡文)은 많이 줄었지만, 문학적 문장을 가진 응모자가 드물어, 읽는 맛이 느껴지는 소설이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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