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펴낸 신영복 교수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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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만난 신영복 교수는 “유가의 책 많이 읽힐 때는 세상이 안정될 때고, 도가의 책의 많이 읽힐 때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와 도가가 동시에 읽히는 요즘 한국의 현상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상을 벼려내기 위한 과도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16일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만난 신영복 교수는 “유가의 책 많이 읽힐 때는 세상이 안정될 때고, 도가의 책의 많이 읽힐 때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와 도가가 동시에 읽히는 요즘 한국의 현상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상을 벼려내기 위한 과도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사상을 현대적 의미에서 되새긴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을 펴냈다. 이 책은 신 교수가 성공회대에서 교양강좌 형식으로 10년간 꾸준히 강의해 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6일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신 교수를 만났다.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제게 고전읽기는 역사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속에서 현재를 비판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것이지요. 20세기 서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을 동양 고전에서 읽어내자는 화두를 붙잡고 동양 고전의 세계를 안내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부국강병과 무한경쟁의 시대였다는 점에서 오늘날과 닮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담긴 거대담론이 꽃피었지만 우리 시대에는 그러한 담론 구조가 미시적으로 해체됐다는 것. 그는 21세기가 진정 문명사적 전환을 맞으려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거대담론을 제시해야 하며 그 단초가 동양 사상에 담겨 있다고 본다.

“서양 사상이 개별적 존재를 존재의 궁극적 형식으로 보는 ‘존재론’에 기초했다면, 동양 사상은 세계는 모든 존재의 관계망으로 이뤄진다는 ‘관계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존재론은 부단히 자기를 강화하는 자기증식의 운동 논리로 발전해 오늘날 미국의 일방주의와 세계화의 논리가 등장한 것입니다. 반면 관계론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잉 생산과 과잉 축적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요.”

그는 이런 맥락에서 ‘논어’에 등장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표현을 새롭게 새긴다. 동(同)이 자기존재성의 확장과 표현을 위해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흡수·동화·합병을 펼치는 서구적 운동 원리라면, 화(和)는 나와 타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승인하는 동양적 사유로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점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제자백가 사상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공자의 인(仁) 사상이 자본주의적 상품 교환관계로 환원시킬 수 없는 인간관계의 풍성함을 보여줬다면, 맹자의 의(義) 사상은 인 사상을 사회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노장 사상은 자연 중심의 무위무욕(無爲無慾)을 통해 이런 유가의 인간중심주의가 지닌 독선을 견제했다고 본다. 또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법가 사상에 대해서도 결국 천하통일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현실 적합성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체성의 관점에서 시간 개념을 곱씹어 볼 것도 제안했다.

“시간을 강물에 비유하자면 과거에서 흘러나와 현재를 지나 미래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강물이 미래로부터 흘러나온다는 담론이 성행하고 있어요. ‘제3의 물결’이니 ‘정보화시대’니 하는 말들이 그것이지요. 이는 모든 변화가 바깥에서 주어진다는 식민주의적 인식구조가 낳은 것입니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축적을 통해 열리는 것이죠.”

‘강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 신 교수의 기존 서간체 형식의 책들과 달리 강의체 형식으로 씌어졌다.

“서간체는 우리 전통의 글쓰기이면서 독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착이 갑니다. 그러나 책은 독자의 품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강의체도 매력이 있다고 느껴져요. 강의체의 책을 몇 권 더 내보려 합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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