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조프 러 톨스토이박물관장 “한국인에도 큰 울림 줄것”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43분


코멘트
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육필 원고와 유품들을 선보이는 ‘톨스토이전’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러시아 국보급 문화재가 포함된 이 유품들이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온 것은 러시아 국립 톨스토이박물관의 비탈리 레미조프 관장의 지원 덕분이다.

10일 개막에 맞춰 서울에 온 그는 “따뜻한 인류애를 강조한 톨스토이의 사상은 한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인들은 ‘곰 세 마리’ 등의 동화에서 ‘부활’ 같은 대작까지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자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톨스토이는 러시아인들의 잠재의식에 스며 있는 ‘피붙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톨스토이 사상을 이어받은 대안학교인 ‘톨스토이학교’가 100여 곳이나 된다.

레미조프 관장은 “국립 톨스토이박물관은 톨스토이가 숨진 아스타포보 마을과 톨스토이의 저택이 있었던 모스크바 인근의 하모브니키 마을에도 산하 박물관을 두고 있으며 모두 65만 점의 원고, 편지, 회화, 조각, 사진 등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유품 중 이번 전시회에 나온 ‘전쟁과 평화’ 삽화는 화가 레오니트 파스테르나크가 그린 것이다. 그는 ‘닥터 지바고’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아버지. 레미조프 관장은 “보리스의 아들이 현재 우리 박물관의 고문을 맡을 정도로 톨스토이와 파스테르나크 가문의 인연은 길다”고 덧붙였다.

국립 톨스토이박물관은 톨스토이 1주기인 1911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을 본 작가들과 친지들이 뜻을 모아 세웠으며, 첫 관장은 톨스토이의 딸이었다.

스물네 번째 관장인 레미조프 관장은 “톨스토이 문학을 통해 ‘내가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톨스토이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러시아 국립 톨스토이박물관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라며 “서울 전시회는 톨스토이 가문의 영지가 있는 야스나야폴랴나를 비롯해 하모브니키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내 톨스토이가 와야 할 곳에 찾아 왔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톨스토이전’은 내년 3월 27일까지. 02-724-0114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