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한국불교 해외포교 ‘빈자리’ 누가 메우나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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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을 잃은 한국 불교의 해외 포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40년 가까이 해외 포교를 이끌어 온 숭산 스님이 지난달 30일 열반한 뒤 불교계에서는 해외 포교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2개국에 120여 개의 국제 선원(禪院)을 열어 스님 60여 명을 비롯해 외국인 제자 5만여 명을 길러낸 숭산 스님의 업적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느냐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40여 년간 숭산 스님을 모신 서울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은 “숭산 큰스님은 벌써 몇 해 전부터 자신이 없더라도 각국의 선원들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치밀하게 준비해 놓고 떠나셨다”면서 “숭산 스님이 이뤄 놓은 해외 포교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 불교가 계속해서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숭산 스님은 수행 정도에 따라 외국인 제자들에게 선사(禪師·Zen Master) 지도법사 등의 자격을 주고 각기 역할을 맡겨 왔다고 성광 스님은 설명했다. 숭산 스님이 깨달음을 인정하고 제자를 길러낼 자격을 준 선사는 대봉(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광 스님(미국 프로비던스 선센터 조실) 등 10명이고, 선원이나 절을 맡아 신자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한 지도법사가 현각(화계사 국제선원장) 무심(무상사 주지) 무량 스님(미국 캘리포니아 태고사 주지) 등 26명이라는 것. 또 한국 스님과 똑같은 수행과정을 거쳐 조계종의 승적을 갖고 있는 외국인 스님이 선사와 지도법사를 포함해 60여 명에 이른다. 현재 화계사 국제선원과 무상사에 각각 외국인 스님 20여 명이 머물며 한국 불교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숭산 스님이 이룩한 이 같은 해외 포교 업적은 종단 차원의 조직적 지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님 개인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숭산 스님이 떠난 뒤에도 외국인 스님들이 한국 불교의 해외 포교를 위해 계속 노력할지는 미지수다. 숭산 스님에 앞서 구산 스님(1909∼1983)이 1970년대 초 송광사에 국제선원을 개설하고 많은 외국인 스님을 길러냈지만 구산 스님이 열반한 뒤 대부분 자기 나라로 돌아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이런 점을 걱정했다. 법장 스님은 “외국인 스님들을 잘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해서 해외 포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숭산 스님은 포교 여행 중에도 열차 안에서 1000배를 할 정도로 자기 수행에 철저했고, 스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이 감화를 받아 해외 포교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숭산 스님 제자들의 해외 포교를 적극 지원하되 특정 스님의 법력(法力)이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해외 포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인터넷 포교 등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조계종은 1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1회 한국 불교 세계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어 구체적인 해외 포교 방안을 논의한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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