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종교 性… 노벨문학賞 향방 갈라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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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7개 부문 중 평화상과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문학상에는 특이한 ‘전통’이 있다. 다른 부문의 경우 수상자 발표 일정이 일찌감치 공지되는 것과 달리 문학상은 ‘목요일 발표’를 원칙으로 삼고 있을 뿐, 발표 당일에 임박해서야 수상자 발표 날짜를 확정 안내하는 것.

이 때문에 올해도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홈페이지(http://nobelprize.org)에는 일찍부터 6개 부문 수상자 발표일자가 안내되어 있던 것과 달리 ‘문학상’ 항목에는 “전통에 따라 문학상 발표일자 확정은 추후 고지됨”이라는 안내문만 게시되어 있었다. 발표 이틀 전인 5일에야 스웨덴 한림원은 ‘스웨덴 시간 7일 오후 1시’로 발표일시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AP AFP 등 외신들도 5일까지 “올해 노벨상은 7일 또는 14일 발표된다”는 모호한 ‘사실’만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특이한 ‘전통’은 무엇 때문에 생겨났을까. 외신들은 ‘노벨 문학상 특유의 정치성’을 주된 이유로 든다. 과학분야 노벨상의 경우 해당분야에 끼친 영향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데 반해, 문학상의 경우 지역, 성(性), 종교,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요소들을 안배하기 때문에 해마다 격론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18명이 협의해 결정하는 회의기간을 길게 잡지만, 예상외로 쉽게 합의가 이뤄질 경우 발표 일자가 앞당겨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처럼 10월 중 목요일이 7, 14일에 돌아왔던 1999년의 경우 외신들은 ‘10월 7일 또는 14일’ 발표를 점쳤지만 예상보다 빠른 9월 30일 독일 작가인 귄터 그라스가 수상자로 발표됐다. 외신들은 “전후 독일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독일 통일과정 등 인류사적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그라스씨의 수상이 회의 초기에 쉽게 합의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최근 10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연도이름국적분야
2003존 맥스웰 쿠시남아프리카 공화국소설가
2002임레 케르테스헝가리소설가
2001V S 나이폴영국소설가
2000가오싱젠프랑스소설가
1999귄터 그라스독일소설가
1998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소설가
1997다리오 포이탈리아극작가
1996비스와바 심보르스카폴란드시인
1995셰이머스 히니아일랜드시인
1994오에 겐자부로일본소설가

■노벨문학상 선정 안팎

올해로 103주년을 맞는 노벨 문학상. 스웨덴 한림원은 전통적으로 매년 10월 둘째주 목요일에 노벨 문학상을 발표해 왔다. 올해도 이 전통에 따라 둘째주 목요일인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1000만크로나(약 15억2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예를 얻게 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그만큼 수상자에 대한 추측도 난무한다.

한림원 종신회원 18명은 약 200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 중 최종 5명 정도로 후보를 압축해 밀실회의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수상자가 발표된 후에도 검토 대상에 오른 후보들은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어떤 작가들이 거론됐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마다 한림원 주변에서는 후보 이름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올해는 아랍지역 작가 아니면 여성작가, 그리고 시인 중에서 수상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여성 수상자는 1996년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수상한 이래 한 명도 없어 올해는 여성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1901년 노벨 문학상이 시작된 이래 이 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는 9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올해 수상 가능성이 있는 여성 후보로는 미국의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캐나다의 소설가 마거릿 애투드, 영국의 소설가 도리스 레싱, 그리고 덴마크의 잉거 크리스텐센 등이 최종까지 거론됐다. 또 장르별로는 심보르스카 이후 줄곧 소설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 만큼 올해는 시인이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이들 외에 해마다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어 온 작가에는 미국의 소설가 필립 로스, 레바논의 시인 알리 아마드 사이드, 소말리아의 누루딘 파라,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독일의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등이 있다. 이중 엔첸스베르거는 5년 전인 1999년 같은 독일 작가인 귄터 그라스가 수상했기 때문에 올해 수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되었다. 2002년에는 예상 후보 중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의 이름도 외신에서 거론됐으나 올해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많은 외신들은 ‘지역 안배’ 차원에서 올해는 중동과 아시아에서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노벨 문학상이 지나치게 유럽 작가 위주로 수상자를 선정해 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존 맥스웰 쿠시에게 돌아갔지만 1994년부터 최근 10년간 수상자 중 8명이 유럽지역 작가였다. 대륙별로 보면 1980년 이후 수상자는 남미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 출신이 3명, 미국이 2명, 아시아와 중동은 각 1명에 그쳤다. 특히 중동지역은 1988년 이집트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가 수상한 이래 15년간 한 명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탓에 매년 중동지역 작가들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중동 출신의 유명 작가 중 단골 후보로 거론돼 온 레바논 시인 알리 아마드는 ‘아도니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그리스신화 속의 아도니스 이야기에 매료돼 자신의 필명까지 ‘아도니스’로 정했다. 그의 시는 ‘신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혼합물’로 평가받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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