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영인문학관 ‘얼굴의 문학사’展… 초상화 흉상등 전시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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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만든 문인들의 얼굴. 김채원씨가 그린 어머니 최정희씨, 정진원씨가 만든 아버지 정한모씨 부조, 오윤씨가 만든 아버지 오영수씨의 데드마스크(왼쪽부터). 자료 제공=영인 문학관
가족이 만든 문인들의 얼굴. 김채원씨가 그린 어머니 최정희씨, 정진원씨가 만든 아버지 정한모씨 부조, 오윤씨가 만든 아버지 오영수씨의 데드마스크(왼쪽부터). 자료 제공=영인 문학관

‘미술가의 눈에 비친 문인 혈육의 얼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이 11일부터 10월 10일까지 갖는 가을 전시 ‘얼굴의 문학사(史)’를 둘러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테마가 떠오른다. 소설가 염상섭부터 문학평론가 김화영까지 문인 80여명의 초상화와 자화상 흉상 등 130여점을 통해 우리 문학사를 관조해 볼 수 있는 이 전시에 문인 집안의 미술가들이 만든 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가이자 화가인 김채원씨가 그린 어머니(소설가 최정희)와 언니(소설가 김지원)의 초상화. 1974년 그린 최씨의 얼굴에 대해 영인문학관측은 “그 무렵 아들을 일찍 잃고 탈진해 있는 어머니의 슬픔을 딸이 들여다보고 그려낸 비통함이 스며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그린 김지원씨의 초상화는 탬버린 위에 그려진 백열등 속에 들어 있다. 김채원씨는 “이 초상화를 그릴 무렵 황야에서 기도하는 한 소녀가 그려진 엽서를 접했는데 거기서 본 빛이 초상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김아린씨가 시인인 외할머니 홍윤숙씨와 평론가인 아버지 김화영씨의 사진을 응용해서 만든 작품은 두 문인의 다채로운 사유와 큰 울림의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김아린씨의 어머니는 설치미술가 양주혜씨다.

또 조각가 오윤씨(1986년 작고)가 1979년 아버지인 소설가 오영수씨가 숨진 직후 뜬 하얀 석고의 데드마스크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조각가 정진원씨가 만든 아버지 정한모씨(문학평론가)의 얼굴 부조는 1993년 건립된 정한모 시비(詩碑)에 쓰였는데 “혈육이 느낀 따스함이 배어 있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시인이자 화가인 김영태씨가 그린 수십장의 문인 캐리커처, 시인이자 조각가인 황지우씨가 만든 시인 고은의 조각, 조병화 김승옥 이제하 심재언씨 등이 스케치한 문인들의 모습도 선보인다.

영인문학관은 11일 오후 3시 전시회 개막행사로 문인 낭독회를 연다. 홍윤숙 박범신 윤후명 이경림씨가 나와 작품을 낭독한다. 02-379-3182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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