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찾아 떠나는 길]<7>최일도목사의 다일공동체

  • 입력 2004년 8월 19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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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찾기’ 영성수련 참가자가 동료들 앞에서 수련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진지 알아차리기’ 시간에 경험한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가평=김차수기자
‘아름다운 세상찾기’ 영성수련 참가자가 동료들 앞에서 수련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진지 알아차리기’ 시간에 경험한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가평=김차수기자
“43년을 사는 동안 내가 잘못하고도 다른 사람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흘간 수련을 하면서 감사하는 마음,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17일 오전 8시45분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다일공동체 본원 자유치유센터. 막 아침 식사를 끝낸 한 여자 수련생이 동료들 앞에 나와서 자신의 변화 체험을 털어놨다. 그러자 동료들은 박수와 함께 “아하”라고 화답했다.

10여년간 노숙자와 무의탁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가 이끄는 이곳의 ‘아름다운 세상 찾기’ 영성수련은 독특하다. 기도수련과 내적 치유 등 기독교 전통의 영성훈련을 중심으로 하지만 기도하고 찬송하고 설교를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기 자신 및 사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경험이나 변화를 동료들 앞에서 얘기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음의 본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1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4박5일간의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지만 서로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산책이나 묵상 침묵기도를 주로 한다. 그렇다보니 6년간 이 수련에 참가했던 3600여명 중 기독교도뿐 아니라 가톨릭교도나 종교가 없는 사람도 많다.

마음 찾기를 방해하는 사회적 관계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똑같은 조건에서 수련하기 위해 수련생들은 이름 대신 ‘바다사랑’ ‘여유’ ‘부채’ ‘축복’ 등 각자가 좋아하는 사물이나 단어를 선택해 별칭으로 사용하고 서로를 ‘벗’이라고 부른다.

일상생활에서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최 목사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수련방식은 ‘진지 알아차리기’와 ‘성자되기 첫걸음’ 프로그램이다.

‘진지 알아차리기’는 습관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과의 무언의 대화를 통해 마음과 나눔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동료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성자되기 첫걸음’은 설거지를 일컫는 말. 눈에 보이는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하지 못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닦는 일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설거지를 통해 마음 찾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최 목사는 이날 ‘진지 알아차리기’ 말미에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마음속의 갈등도 없애고 참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일도 다일공동체 영성수련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여유’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이태형씨(41)는 “수련회에 참석한 뒤 예수님을 알게 됐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세상 찾기를 도와주고 싶어 도우미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지 알아차리기’를 마치고 안개에 싸인 설곡산 자락을 바라보며 자연과 대화하는 ‘자연묵상’에 나서는 수련생들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배어 있었다. 031-568-6004

가평=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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